"사과하라" 맞선 "대통령 품격 논란"…국회로 번진 이학재 책갈피 달러 공방
정책 질책을 둘러싼 갈등이 국토교통위원회로 옮겨갔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질타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반박성 글을 올린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두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사이의 갈등이 국회로 비화하면서 국정운영 방식과 공기업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이학재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장이 페이스북 등에서 책갈피에 달러를 끼워 반출하는 수법과 관련해 해명 글을 계속 올린 행태를 문제 삼았고,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공개 질책 방식이 부적절했다며 이 사장을 옹호했다.

민주당 윤종군 의원은 이 사장을 향해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맥락을 짚으며 책임을 물었다. 윤 의원은 "대통령이 마치 범죄자들이 아는 비밀 수법을 공개한 것처럼 말했지만 '책 속에 끼워서 현금 밀반입이 급증'이라는 2011년 기사가 많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수법인 만큼, 이 사장이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으며 사실관계가 왜곡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취지다.
그는 이어 "당장 페이스북 글을 내리고 잘못된 사실을 호도한 것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여당 간사인 복기왕 의원도 공기업 수장의 태도를 겨냥했다. 복 의원은 "질책해서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자세가 옳은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대통령의 공개 지적 이후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속적으로 반박 글을 올린 것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비판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초점을 맞추며 맞불을 놓았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은 "대통령이 전 국민,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기관장에게 모욕을 주는 듯한 모습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품격에 맞지 않고 보면서 불편했다"고 비판해, 이재명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책갈피 달러 반출 대책의 실효성 논쟁을 넘어 대통령과 산하기관장 관계 설정, 대통령 리더십 스타일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학재 사장 간 갈등은 12일 국토교통부 등 업무보고 자리에서 촉발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을 상대로 책갈피에 달러를 끼워 반출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 대책을 거듭 물었으나,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자 공개적으로 질타한 바 있다. 외화 불법반출 수법에 대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대응을 강하게 주문한 셈이다.
이후 갈등 수위는 더 높아졌다. 이틀 뒤 이 사장은 페이스북에 "이 일로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 발언이 오히려 범죄 수법을 널리 알렸다는 취지로, 사실상 대통령을 겨냥한 반박으로 해석됐다. 국회에선 해당 글을 두고 공기업 수장의 언행으로 적절한지 여부를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도 산업통상자원부 등 업무보고 과정에서 다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달러반출 검색은 관세청과 공항공사가 업무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공항공사가 담당하는 게 맞다고 관련 기사 댓글에 나와 있더라"고 말하며 공항공사의 책임을 재차 지적했다. 관세청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맺은 업무협약을 근거로 공항 측이 단속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학재 사장은 또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반발했다. 그는 "외화 불법반출 단속의 법적 책임은 관세청에 있고, 인천공항은 업무협약으로 협조하는 것이다. 업무협약은 협력의사를 나타내는 것이고 법적 책임이 없다"고 적었다. 법적 책임 주체는 관세청이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협조 기관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대통령과 공기업 수장 사이의 이 같은 공개 충돌이 향후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회 주변에서 "수사나 감찰이 아닌 정책 점검 자리에서 대통령과 기관장이 직접 각을 세우는 모습이 반복되면, 다른 산하기관들도 위축되거나 반발 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는 이야기도 퍼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공개 질책을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신호로 해석하며 추가 공세를 벼르는 기류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학재 사장의 거취 문제까지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과 요구와 대통령 비판이 뒤엉키며 한동안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국회는 향후 예산심사와 국정감사 과정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외화반출 감시 체계와 관세청·공항공사 간 역할 분담을 보다 구체적으로 따져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