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쿠키런TCG로 글로벌공략…데브시스터즈, 카드5000만장 시대 연다

정하린 기자
입력

트레이딩 카드 게임이 모바일 게임 지식재산권을 앞세운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로 재부상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쿠키런 브레이버스 카드 게임으로 북미와 아시아를 동시에 공략하며 올해 유통 계약 기준 5000만장 규모를 확보했다. 지난해 대비 180퍼센트 성장으로, 디지털 게임 이용자를 오프라인 카드 게임 유저로 전환하는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e스포츠와 커뮤니티를 결합한 TCG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29일 쿠키런 브레이버스 카드 게임의 올해 전 세계 유통 계약 카드 수가 5000만장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작년 대비 약 180퍼센트 늘어난 수치다. 전 세계 누적 이용자 3억명을 보유한 쿠키런 지식재산권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하드코어 TCG 마니아뿐 아니라 입문자와 캐주얼 이용자를 아우르는 플레이어 풀을 넓힌 점을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현재 쿠키런 카드 게임을 취급하는 카드숍은 전 세계 약 1000곳에 달해 유통망도 빠르게 확장된 상태다.

쿠키런 브레이버스 카드 게임은 디지털 게임 세계관과 캐릭터를 종이 카드에 옮긴 하이브리드형 TCG다. 스타터덱과 부스터팩 구조를 채택해 기존 TCG 이용자에게 익숙한 수집·덱빌딩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규칙 복잡도를 상대적으로 낮춰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모바일 게임 팬이 곧바로 카드 게임에 입문할 수 있도록 캐릭터 중심 기획을 강화한 점도 차별화 포인트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성장은 북미 시장 진출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쿠키런 카드 게임은 지난 7월 북미 시장에 공식 론칭한 뒤 약 5개월 만에 스타터덱 5종과 부스터 세트 2종을 연달아 출시했다. 북미에서만 누적 3500만장 이상 카드에 대한 유통 계약이 성사됐고, 이에 맞춰 공인 경기 구조 강화와 연간 상품 로드맵도 함께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신규 TCG가 북미 시장에서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데 1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진출 속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TCG 생태계 진입을 위한 경쟁 포인트는 오프라인 대회와 커뮤니티 구축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최근 북미 대표 TCG 컨벤션인 프로플레이 서밋 올랜도에서 쿠키런 카드 게임 첫 공식 지역 대회인 북미 챔피언 컵을 열었다. 대회 우승자를 포함한 상위 4명은 내년 4월 한국에서 열리는 첫 글로벌 공식 대회 월드 챔피언십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다. 현장에서는 챔피언 컵 외에도 이벤트 토너먼트와 강습회 프로그램이 동시 운영돼 약 300명의 플레이어가 참여했다. 플레이어 유입에서 대회 참여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참여 구조를 설계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노린 셈이다.

 

아시아에서는 동남아 6개국을 중심으로 저변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지 유통 파트너와 협업해 출시 1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토너먼트를 연내 시작해 내년 2월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상위 입상자에게는 로컬 분위기를 반영한 한정 프로모 카드와 플레이 매트를 제공하고, 우승자에게는 실제 금으로 제작한 황금 카드를 증정해 수집·소장 가치를 극대화했다. TCG 시장에서 한정 프로모와 실물 보상은 커뮤니티 충성도를 높이는 핵심 장치로 활용된다.

 

글로벌 TCG 시장에서는 기존 강자인 유희왕, 포켓몬 카드 게임, 매직 더 개더링 등이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게임 기반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신작 카드는 수집성과 세계관 몰입도를 무기로 틈새를 노리는 양상이다. 쿠키런 카드 게임은 모바일 게임 팬이라는 고정 수요층을 바탕으로, 온라인 플레이보다 오프라인 교류와 소셜 플레이를 강조해 차별화하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규제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은 영역이지만, 아동·청소년 이용자가 많은 만큼 상품 구성과 마케팅에서 건전성 확보가 관건으로 거론된다. 각 국의 소비자보호 규정, 경품 제공 기준, 청소년 보호 관련 가이드라인 등을 충족하면서도 수집욕을 자극하는 보상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랜덤형 상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TCG 산업 전반의 상품 구조와 운영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데브시스터즈는 내년 커뮤니티 중심 전략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전 세계 카드숍을 거점으로 연중 강습회와 캐주얼 대회를 운영해 입문자 진입을 돕고, 국가·지역별로 공인 대회를 확장해 상위권 플레이어에게는 e스포츠형 경쟁 경험을 제공하는 투트랙 구조다. 회사 측은 플레이어들이 승패 경쟁을 넘어 소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게임 지식재산권을 TCG·애니메이션·굿즈 등으로 확장하는 미디어 믹스 전략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쿠키런 카드 게임의 성장세가 하나의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디지털로 확보한 팬덤을 오프라인 커뮤니티와 실물 상품으로 연결하는 시도가 앞으로 캐릭터 게임 비즈니스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쿠키런 카드 게임이 TCG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해 장기 라이선스 지식재산권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정하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데브시스터즈#쿠키런브레이버스카드게임#tc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