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달러선까지 밀린 이더리움”…선물 미결제약정 급증, 글로벌 시장 변동성 우려 확산
현지시각 기준 2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 디지털 자산 이더리움(Ethereum)이 24시간 만에 8% 가까이 급락해 2,800달러선까지 밀렸다. 급격한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선물 시장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이 되레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국제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변동성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탈중앙화 생태계 핵심 자산인 이더리움 가격 흐름이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의 향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보도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지난 24시간 동안 약 8% 하락하며 2,800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격 하락 직후 선물 미결제약정은 약 6억 5,380만 달러 증가해 4%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미결제약정 증가는 시장 참여와 레버리지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의 24시간 거래액도 238억 달러를 상회하며, 가격 조정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시장을 급격히 이탈하기보다 포지션을 재구성하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시장 분석가들은 기술적 지표를 근거로 단기 과매도 구간 진입을 지적하며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온체인 및 파생상품 데이터를 추적하는 분석가 마툰(Maartunn)은 스토캐스틱 상대강도지수(RSI)가 과매도 구간의 하단 범위로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이더리움 가격 데이터에서 이러한 신호가 나타난 뒤 상당수 구간에서 기술적 반등이 뒤따랐다고 설명하면서, 현재의 급락 역시 단기 조정 후 회복 시나리오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결제약정 증가를 긍정적 신호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위험 요인이 적지 않다는 경고도 나온다. 가격이 내려가는 과정에서 미결제약정이 급증한 것은 저점 매수(Long) 세력뿐 아니라 추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Short) 포지션이 대거 쌓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글로벌 인플레이션,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각국의 가상자산 규제 강화 움직임 등 거시경제 환경과 규제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한 과매도 지표만으로 V자형 반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선물 시장에 6억 달러 이상 레버리지가 새로 진입한 만큼, 향후 가격이 특정 방향으로 급격히 움직일 경우 대규모 청산(Liquidation)이 발생해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레버리지 포지션이 한쪽 방향으로 과도하게 쏠릴 경우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한 강제 청산이 도미노처럼 이어져 급락 또는 급등을 유발하는 패턴이 과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시장에서도 반복된 바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 디지털 자산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비트코인 대비 이더리움의 상대적 가격을 나타내는 ETH/BTC 비율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장 분석가 미카엘 반 데 포프(Michaël van de Poppe)는 이더리움이 0.03150∼0.03250 비트코인 구간에서 지지를 확보해 있으며, 해당 구간 위에서 50일 이동평균선 상단을 지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비트코인(BTC)이 조정을 마치고 바닥을 다질 경우, 중기적으로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이더리움을 ‘웹3 인프라 자산’으로 구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장기 투자자들도 늘고 있어, 두 자산 간 상대 강도는 기관과 개인의 자금 배분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장기 가치와 단기 기술적 저항선을 둘러싼 시각은 엇갈린다. 한국 기반의 가상자산 투자사 해시드(Hashed)의 김서준(Simon Kim) 대표가 공개한 평가 모델에 따르면, 네트워크 활동과 수수료 수익 등을 반영한 이더리움의 적정 가치는 약 4,869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현 시세는 60% 이상 저평가 구간에 위치해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의 모델은 탈중앙금융(DeFi), 대체불가능토큰(NFT), 레이어2 확장 솔루션 등 이더리움 생태계의 성장 잠재력을 장기 가치의 핵심 변수로 본다.
반면 단기 가격 흐름에 초점을 맞춘 기술적 분석가들은 3,055달러선 회복 여부를 중요한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단기 저항선으로 거론되는 이 가격대를 돌파해 지지선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이더리움이 한동안 박스권 횡보를 이어가거나 추가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글로벌 거래소에서 현물 매수 호가와 선물 미결제약정이 어떻게 재배열되는지에 따라, 향후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는 진단도 더해진다.
국제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서는 이번 조정이 디지털 자산의 구조적 상승 흐름 속 일시적 숨 고르기인지, 아니면 유동성 축소와 규제 압박의 전조인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USA)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프레임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증권성 여부와 소비자 보호 기준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가고 있어 중장기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코인을 둘러싼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레버리지 수준과 규제 환경 변화를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국제사회는 이번 가격 조정과 레버리지 확대가 실제로 어떤 시장 구조 변화를 낳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