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자체 핵무장하면 제2의 북한"…이재명 대통령, 야권 핵무장론에 정면 반박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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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핵무장론을 둘러싼 논쟁과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대통령실이 맞붙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야권 일각의 독자 핵무장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자, 이 대통령이 직접 제동에 나서며 외교·안보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야권 일각에서 제기된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와 관련해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가 매끄럽고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전제한 뒤 "이유는 핵무장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미국 내에서 깔끔하게 논의가 진척이 잘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미국 일부 부처에서 이런저런 얘길 하고 있지 않으냐"고 언급했다. 한미 간 원자력 협력 논의 과정에서 한국 내 자체 핵무장론이 부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에 조현 외교부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데 대한 미국 측의 우려가 있는 게 확실하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그게 약간의 장애 요인이 되는 상태"라고 지적하며 국내 정치 발언이 외교 현안에 미치는 영향을 경계했다.

 

이 대통령은 자체 핵무장 추진이 가져올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타격도 거론했다. 그는 "만약 핵무장을 하면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고, 경제·국제 제재가 바로 뒤따르는데 우리가 견뎌낼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핵확산금지조약 체제 속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공간이 좁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조현 장관도 "불가능하다.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해야 해서 제2의 북한이 된다"고 맞장구쳤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핵무장 하면 좋죠. 세게. 문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무장의 군사적 효과만을 부각할 것이 아니라 국제 제재와 동맹 이탈이라는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의 핵심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에겐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문제가 정말 중요한데, 그런 불가능한 주장 때문에 이게 막힐 수도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자체 핵무장 언급이 오히려 한국 원자력 산업과 평화적 이용 역량 확충에 장애를 줄 수 있다는 경고다.

 

국내 여론과 정치권을 향한 당부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핵무장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면 제재받고 북한처럼 된다는 것을 왜 모르겠느냐"며 "정치권에서 그런 무책임한 얘기가 나오지 않게 외교부가 신경 써달라. 현실을 잘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외교부가 대외 협상뿐 아니라 대내 설득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제재 없이 무장하고 경제발전도 이루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말한 뒤,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일각에 대해 "그런 소망을 가진 것이지만, 현실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핵 억지력 강화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기대는 이해하지만, 국제 규범과 경제 현실을 무시한 주장은 책임 있는 국정 담론이 될 수 없다는 메시지다.

 

정부는 현재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야권 일부에서 제기된 독자 핵무장 주장이 미국 내 우려로 이어지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방어막을 치는 모습이다. 한미 동맹과 비확산 체제 속에서 원자력 평화 이용 공간을 넓히려는 정부 전략이 흔들리지 않도록 정치권에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도 읽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연료 공급을 요청하면서도, 해당 잠수함이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를 탑재하는 플랫폼이라고 거듭 설명한 바 있다. 당시에도 비핵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군사력 강화를 도모하는 방향을 강조해 왔다.

 

정치권에선 야권의 독자 핵무장론과 정부의 비핵 원칙 유지 기조가 맞부딪히면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통해 에너지 안보와 원자력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고, 국회는 향후 외교통일위원회와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독자 핵무장 주장과 정부 비확산 정책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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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조현외교부장관#자체핵무장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