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O-바이오시밀러 분리”…삼성, 글로벌 경쟁력 새 길 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신약 사업의 완전 분리를 본격화하면서 바이오 산업 판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1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이 99.9% 찬성으로 통과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에 집중하고, 자회사 관리·신규투자는 신설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가 맡는 구조다. 업계는 이번 결정을 바이오 사업 전략의 전환점이자 글로벌 경쟁구도 강화 신호로 평가한다.
분할 승인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분야에 집중하며, 투자 부문은 ‘에피스홀딩스’로 분리된다. 기존 주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홀딩스 주식을 65대 35 비율로 교부받게 된다. 해당 분할은 내달 1일 기점으로 거래정지 절차(10월 30일~11월 21일)를 거쳐 내달 24일 양사 모두 유가증권시장에 각각 상장된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CDMO와 바이오시밀러 각 사업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며 “사업 특성이 상이한 두 회사의 가치가 자본시장에서 투명하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적으로, 이번 분할의 핵심은 ‘이해상충’ 해소에 있다.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빅파마로부터 신약 생산을 위탁받으면서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을 영위해왔다. 이 과정에서 신약 레시피·기술 유출 우려가 제기되며 글로벌 수주에 걸림돌이 된 바 있다. 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로서 위탁 생산 플랫폼 역량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 개발 자회사 관리, 신사업 투자 등에 집중한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포인트는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연매출 1조5000억원의 시밀러 사업을 확보 중이며, 신설 자회사를 통한 이중항체(ADC) 플랫폼 등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확장이 예고됐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에서는 머크, 론자 등도 지주-생산회사 분리를 통한 사업 전문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대내외 기관의 분할 지지 역시 뚜렷하다. 의결권 자문사 ISS, 3대 주주인 국민연금 등이 찬성 입장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사업 분리가 글로벌 CDMO 경쟁력을 단기간 내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신약·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양축으로 산업 내 ‘멀티성장 동력’ 확보가 가능한 구조”라고 평가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사업개편 완성과정에서 각 사의 거버넌스 투명성, 규제환경 적응, 투자확대 부담 등도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국내 기업 간 사업구조 분할 및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국내 바이오산업에 미칠 긍정적 파장과 동시에, 글로벌 CDMO 시장의 경쟁 구도 변동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인적분할이 실제 시장 점유율 확대와 기업가치 재평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