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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해상도 3배 시대”…아리랑7호, 초고정밀 지구감시 본격화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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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해상도 지구관측 기술이 재난 대응과 국토 관리, 환경 감시 등 지리공간 기반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독자 개발한 광학관측위성 아리랑7호가 첫 교신에 성공하면서, 국내 위성 영상 정밀도가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와 연구계에서는 이번 위성이 향후 5년간 축적할 초정밀 데이터가 디지털트윈 국토, 스마트시티, 기후 대응 전략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아리랑7호는 2일 새벽 2시 21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에 위치한 기아나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위성은 정상적인 비행 과정을 거쳐 궤도에 진입한 뒤, 새벽 3시 30분 남극 트롤기지 지상국과의 초기 교신을 수행했다. 첫 교신에서 태양전지판 전개 등 핵심 기능 상태가 확인됐고, 우주항공청은 이어지는 총 4차례의 지상국 교신을 통해 세부 시스템 점검을 마친 뒤, 오전 9시께 최종 발사 성공 여부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아리랑7호는 발사 중량 1840킬로그램(추진제 포함)에 이르는 대형 위성으로, 국내 다목적실용위성 계열 가운데 상위급 성능을 구현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주탑재체인 AEISS-HR 전자광학카메라는 지상에서 약 0.3미터 이하 크기의 물체까지 구분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촬영 능력을 확보했다. 기존 다목적실용위성 3A호의 광학 해상도 0.55미터와 비교하면, 동일한 지역을 3배 이상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 셈이다. 같은 면적을 촬영했을 때 더 많은 픽셀로 정보를 담아낼 수 있어, 도로 구조나 건축물 형태, 소규모 지형 변화까지 정밀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번 위성은 고성능 광학 탑재체뿐 아니라, 대용량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수집하고 전송하기 위한 전력·통신 시스템도 고도화했다. 초기 교신에서 태양전지판이 정상 전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장기간 임무 수행에 필요한 전력 공급 기반이 마련됐다. 향후 궤도상 기능 점검 기간 동안 자세 제어 정확도, 센서 보정 등 세부 성능 검증을 거쳐 본격적인 영상 서비스 단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리랑7호가 확보할 초고해상도 데이터는 재난재해 관측에 우선적으로 쓰일 전망이다. 홍수, 산불, 산사태처럼 시·공간적으로 빠르게 변하는 재난 상황에서, 0.3미터급 영상은 도로 단절 지점, 개별 건물 피해 정도까지 파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국토 관리 영역에서는 불법 개발 감시, 도심 재개발 지역 관리, 인프라 건전성 점검 등에서 세밀한 공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하천 수변 훼손, 해안 침식, 산림 훼손 지역을 정밀 모니터링해, 장기적인 생태계 변화를 데이터 기반으로 추적하는 연구에 기여할 수 있다.

 

공공 부문뿐 아니라 민간 시장에서도 활용 폭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도 서비스, 위치 기반 서비스, 물류 경로 최적화, 자율주행 지도 구축 등에서 초고해상도 위성 영상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부동산·보험 업계는 공사 진행 상황 모니터링, 자산 가치 분석, 재해 리스크 평가 등에 위성 데이터를 접목하는 시도를 확대하는 중이다. 아리랑7호 영상이 상용화되면, 수입 위성 영상 의존도가 낮아지고 국내 지리정보 서비스 기업들이 자국 데이터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설계할 여지가 커진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 상업위성 사업자를 중심으로 0.3미터급 해상도 경쟁이 이미 치열한 상황이다. 일부 업체는 군사·정보 분야를 겨냥해 더 높은 해상도를 지향하고 있으나, 국가별 보안 규제로 활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아리랑7호는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 자산 형태로 운용되면서, 안전·환경·도시 정책에 특화된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상업적 수요를 반영해 공공·민간 공동 활용 모델을 설계할 경우, 해외 상용 위성과의 경쟁 구도에서도 일정 부분 가격·접근성 측면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정책·규제 측면에서는 고해상도 영상의 처리와 유통에 따른 보안·프라이버시 논의도 불가피하다. 0.3미터급 해상도는 개별 차량, 건축물, 시설의 세부 구조가 구분될 수준인 만큼, 군사·치안 관련 민감 정보와 시민의 사생활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요구된다. 정부 차원에서는 국가정보보안 규정과 공간정보 관련 법령을 바탕으로, 영상 해상도 공개 범위, 활용 목적 제한, 비식별화 처리 기준 등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동시에 연구·산업적 활용을 저해하지 않는 균형 있는 규제 설계가 관건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아리랑7호가 단일 위성을 넘어, 차세대 정밀 관측 인프라로서 국내 디지털 국토 전략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본다. 향후 레이더 위성, 적외선 센서 위성 등과의 융합 운용이 이뤄지면, 날씨와 시간 제약을 줄이고 멀티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기후 변화, 도시 열섬, 농업 생산성 분석 등 고차원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이번 위성이 수집할 초정밀 데이터가 실제 시장과 정책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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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7호#우주항공청#aeiss-h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