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AI 허위·과장광고 뿌리 뽑겠다”…김민석 총리, 표시 의무·징벌적 손배 추진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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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허위·과장 광고를 둘러싼 갈등과 불신 속에서 국무총리실과 방송·통신 규제 당국이 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한 제작자와 플랫폼에까지 책임을 묻는 방안이 담기면서 정치권과 산업계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7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AI 등을 활용한 시장 질서 교란 허위·과장광고 대응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최근 식품·의약품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광고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교해진 기술 탓에 진위를 가리기 어려워 국민 피해 우려가 커졌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번 대책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 AI 기술을 악용한 허위·과장 광고 문제를 공식 지적하고 관계 부처에 근본 대책 마련을 주문한 뒤 마련된 후속 조치다. 이어 강훈식 비서실장이 지난달 딥페이크 허위 영상 광고 확산에 강력 대응 체계 구축을 지시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사전 방지, 제재 강화, 신속 차단을 세 축으로 대응 체계를 구성했다. 먼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AI 생성물 표시제를 도입해 소비자가 실제 영상과 AI 생성물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AI 생성물을 제작·편집해 플랫폼에 게시하는 사람은 해당 자료가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반드시 표시해야 하며, 다른 이용자가 이 표시를 제거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플랫폼 기업에도 관리 의무가 부여된다. 정부는 플랫폼이 정보 제공자의 표시 의무 이행 여부를 관리하도록 하고, 별도로 AI 사업자의 AI 생성물 표시 의무 이행과 투명한 사용을 돕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률을 내년 1분기 안에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위법 행위자에 대한 제재 수위도 크게 높아진다. 정부는 AI를 악용한 허위 정보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 게재자, 이른바 인플루언서 등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타인에게 피해를 줄 의도로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한 경우 실제 발생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표시광고법상 과징금도 대폭 상향해 허위·과장 광고 위반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AI로 만든 가상의 전문가가 제품을 추천하는 광고에 대해선 위법성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화해, 식품·의약품 등 민감한 영역에서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행위에 신속히 제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감시·적발 체계도 AI를 활용해 강화한다.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부당 광고 의심 사례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허위·과장 광고를 조기에 찾아내겠다고 설명했다. 자동 탐지와 인력 심사를 병행해 집행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신속 차단 장치 역시 마련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식품, 의약품, 화장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 AI 허위·과장 광고가 빈발하는 영역을 서면 심의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해당 분야 광고에 대해서는 심의 요청 이후 24시간 이내에 심의가 이뤄져, 피해 확산 이전에 조치가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긴급 조치 권한도 신설된다. 방미통위는 국민 생명과 재산에 중대한 피해 우려가 있는 광고에 대해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최종 심의 전이라도 플랫폼 기업에 긴급 시정요청을 할 수 있는 절차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문제 광고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각 부처와 기관이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대책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안별로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제도가 가동되고, 장기 과제는 내년 하반기까지 적용하는 일정이 제시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회의에서 이번 대책의 취지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책을 통해 신기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AI 시대에 걸맞은 시장 질서를 확립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후속 입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AI 광고 규제 체계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며, 국회도 관련 법안 심사를 통해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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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총리#ai허위과장광고#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