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AI 파운데이션 모델 첫 탈락팀 내년 1월 가려진다
국가대표 인공지능 개발을 내건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가 내년 초 첫 분수령을 맞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발한 5개 정예 컨소시엄에 대한 1차 성능 평가가 2025년 1월 15일로 확정되면서, 국가 지원을 받는 대형 언어 모델 개발팀 가운데 첫 탈락팀이 결정될 전망이다. GPU 최적화 지연과 데이터 공급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지만, 업계는 이번 평가를 국내 초거대 AI 경쟁 구도의 실질적인 개막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 등 5개 정예 컨소시엄에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단계평가를 내년 1월 15일까지 진행하겠다고 공식 통보했다. 정부는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지원 대상을 4개 팀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은 검색, 번역, 생성형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에 공통 기반으로 활용되는 대규모 기반 모델로, 국가 차원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전략 기술로 꼽힌다.

당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월 정예팀 선정을 발표하면서 1차 평가는 2024년 12월 말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6개월마다 단계평가를 실시해 매번 1개 팀씩 탈락시키고, 2027년에는 최종적으로 2개 팀만 남겨 국가대표 AI 파운데이션 모델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평가 일정이 약 한 달가량 뒤로 밀리면서 프로젝트 초기 설계와 실제 개발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GPU 최적화 작업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훈련 데이터 공급과 모델 학습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초거대 모델을 학습시키려면 GPU 자원, 데이터 파이프라인, 분산 학습 프레임워크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스템 정합성과 처리 효율을 끌어올리는 최적화가 필수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GPU 클러스터에서 통신 병목, 메모리 관리 오류, 라이브러리 버전 충돌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 조정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민간 클라우드 기업이 대규모 인프라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 B200 GPU 1024장을, 네이버클라우드는 H200 GPU 1024장을 정부에 임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 GPU 자원을 업스테이지, NC AI,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 등 컨소시엄에 배분해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을 지원 중이다. 차세대 GPU인 B200과 H200은 연산 성능과 메모리 대역폭이 이전 세대 대비 크게 향상된 만큼, 활용 효율에 따라 모델 학습 속도와 성능이 크게 갈릴 수 있다.
정부는 일정 조정이 개발 지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예팀과 평가 시점을 두고 사전 협의를 진행해 일정 변경에 합의했으며, 프로젝트는 전반적으로 계획에 맞춰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파운데이션 모델은 언어 성능뿐 아니라 멀티모달 확장성, 추론 효율, 안전성 검증 등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만큼, 각 컨소시엄의 준비 상황을 고려한 일정 조정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가대표 AI 개발을 위한 GPU 클러스터 가동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식 해명을 통해 초기 단계의 기술적 난제를 인정하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GPU를 활용한 거대 AI 모델 개발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GPU 최적화, 시스템 간 정합성 확보, 트러블 슈팅 등 기술적 이슈를 정예팀과 수시로 공유하고 있으며, 자원 활용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1차 평가가 사실상 국내 초거대 언어 모델 경쟁의 옥석 가리기 단계로 기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컨소시엄은 언어 이해와 생성 성능뿐 아니라 한국어 특화 능력, 도메인별 전문 지식, 서비스 연계 가능성에서 차별화를 모색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빅테크가 이미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을 본격화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최소 1개 이상은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준의 독자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앞으로도 정예팀에 필요한 GPU와 데이터, 연구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글로벌 파급력을 갖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해 클라우드, 검색, 통신, 게임, 제조 등 다양한 산업에 파급 효과를 확산시키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제시했다. 산업계는 내년 1월 첫 탈락팀이 결정되는 만큼, 향후 남은 팀들의 성과와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