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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로 불법주차 잡는다”…주차데이터 연계, 도로안전 시험대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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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 교차로 한복판을 가로막은 불법주차 차량 세 대 사례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며, 도시 교통안전을 위한 디지털 주차 관리 필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위법 행위 논란을 넘어, 교차로 등 사고 취약 지점을 어떻게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할 것인지, 지자체와 교통 플랫폼, 스마트시티 기업의 역할이 산업적 과제로 떠오른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AI 영상 분석과 센서 기반 주차 모니터링 시스템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이번 논란이 교통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주차 고위험 구간 집중 관리 정책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구 시내버스 기사라고 밝힌 작성자가 올린 사진 여러 장이 소개됐다. 이미지에는 삼거리 교차로 좌회전 차로 초입을 가로질러 세워진 승용차 세 대가 일렬로 포착됐다. 좌회전 유도선과 볼라드로 회전 동선이 명확히 구획돼 있음에도, 차량들이 그대로 진입 공간을 점유해 차로 자체가 봉쇄된 상황이었다. 작성자는 주말 예식·공연이 많은 호텔 인근에서 반복되는 불법주차 관행이라고 지적하며, 안전신문고와 경찰에 동시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례는 전통적 현장 단속 방식만으로는 교차로, 횡단보도, 소방시설 인근처럼 위험도가 높은 지점을 상시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스마트시티와 모빌리티 산업에서는 이러한 도시 문제를 디지털 인프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가속 중이다. 대표적 수단이 AI 기반 주차 모니터링과 교통·주차 데이터 플랫폼이다. 도로 CCTV와 노변 카메라, 버스 차내 카메라 등을 통해 수집되는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불법주차 의심 차량을 자동 탐지하고, 위치 정보와 함께 관할 지자체·경찰 시스템에 연동하는 방식이다.

 

기술적으로는 영상 인식 모델이 차종, 차선, 정지선, 횡단보도, 볼라드 위치와 같은 도로 구조 요소를 동시에 인식해, 단순 정차와 불법주차를 구분한다. 예를 들어 교차로 정지선 기준 몇 미터 이내, 좌회전 유도 차로 상시 점유, 소방시설 반경 내 장시간 정차 등 조건을 조합해 위반행위 점수를 부여한 뒤, 기준치를 넘을 경우 경고 알림과 단속 시스템 연계를 진행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기반 경량화 모델을 활용해 CCTV 한 대당 처리 가능한 채널 수를 늘리고, 통신 장애 시에도 로컬에서 일정 수준의 탐지 기능을 유지하도록 설계하는 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스마트 주차 센서 인프라도 병행된다. 노면에 매립된 자기 센서나 도로 옆 초음파·레이더 센서로 차량 존재 여부를 감지해, 허용 주차시간과 비교해 초과 점유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교차로 인근처럼 물리적 센서 설치가 어려운 구간은 카메라 중심, 일반 노변 주차 구간은 센서와 카메라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구성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도시에서는 버스, 택시, 공유차량에 부착된 블랙박스 카메라를 이동형 센서로 활용해, 상시 도로 모니터링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실증도 진행 중이다.

 

시장 측면에서 이런 기술은 단속 효율성뿐 아니라, 운전자 경험 개선과 연계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차 데이터 플랫폼과 연계해 빈 주차면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고, 예약·결제를 통합 제공하면서, 동시에 불법주차 예상 구간에 대한 경고 알림을 띄우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주차 공간 부족으로 인한 무리한 정차를 줄일 수 있고, 지자체와 경찰은 불법주차 밀집 패턴을 데이터로 파악해 단속 인력을 재배치할 수 있다.

 

글로벌 비교에서는 이미 유럽과 미국 도시들을 중심으로 교통·주차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유럽 일부 도시는 AI 기반 정밀 지도와 연계해 교차로·횡단보도 인근 불법주차를 자동 인식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미국에서는 주차장 운영사와 도심 교통시스템을 연동해, 대형 이벤트나 쇼핑몰 피크 타임에 주변 도로 불법주차를 사전에 차단하는 수요 예측 모델을 상용화했다. 중국 역시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교통·주차 영상분석 시스템을 기본 탑재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교통 빅데이터 센터와 지자체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을 통해 불법주차 신고, CCTV 모니터링, 교통량 데이터가 통합 수집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위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사진과 시간 정보가 있어도, 인력과 예산 문제로 실질적인 단속까지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광역시는 AI 영상분석 기반 불법주차 자동 탐지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며 인력 투입 시간을 줄이고 있지만, 교차로와 소방도로처럼 안전성이 직접적으로 걸린 구간을 별도 등급으로 관리하는 제도 설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구 교차로 사례처럼 교통 혼잡과 시야 불량, 행사장 밀집이라는 조건이 겹칠수록 디지털 기반 사전관리의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본다. 교통·주차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시간대와 요일, 기상 상황에서 불법주차와 사고 위험이 동시에 치솟는 패턴을 찾아내고, 해당 구간에 한시적 정차 제한, 추가 안내표지 설치, 단속 강화, 호텔·상가와의 정보 연동 등을 조합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안전신문고 같은 시민 신고 플랫폼 데이터를 교통 빅데이터와 결합하면, 체감 민원이 높은 구간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만 AI 기반 단속 자동화가 개인정보 보호와 과잉 감시 논란을 낳을 소지도 있다. 차량 번호판 인식과 이동 경로 추적 기능이 함께 구현될 경우, 수집·저장·활용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최소 수집과 일정 기간 이후 자동 파기, 위반행위 판단 로직의 투명한 공개 등이 필수 조건으로 거론된다. 디지털 단속이 실제 현장 안전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단속 강화와 함께 주차 수요 관리, 대중교통 연계, 행사장과 숙박시설의 자율 규제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도시 교통·스마트시티 연구자들은 이번 논란이 단발성 공분으로 끝나지 않고, 교차로와 소방도로, 스쿨존 같은 핵심 구간에 대한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교통 안전과 불편 해소가 결합된 형태의 주차 관리 플랫폼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를 여지도 있다고 본다. 결국 도시가 얼마나 정교하게 도로와 주차 데이터를 관리하느냐가, 시민 안전과 함께 교통·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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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불법주차단속#주차데이터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