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필수 아세트산나트륨”…한국팜비오, 국산 주사제 허가로 공급망 안정
신생아와 소아 중환자 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아세트산나트륨 주사제가 국내 기술로 생산되는 전환점이 마련됐다. 그동안 전량 해외에서 들여오던 국가필수의약품을 국산화한 사례로, 공급 불안과 약가 변동 위험을 줄여 의료현장의 치료 연속성을 높일 계기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희소 질환과 소아 영역에서 필수의약품을 자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층 가속되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한국팜비오는 국가필수의약품인 아세트산나트륨 주사제 네오나트륨주에 대해 국내 최초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은 11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았으며, 회사는 2026년 1월 상용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번 허가로 아세트산나트륨 주사제가 수입 의존에서 벗어나 국내 제조 인프라 위에서 공급되는 구조를 갖추게 된 점이 핵심이다.

아세트산나트륨은 신생아와 소아의 대사성 산증 치료 및 예방에 사용되는 핵심 성분이다. 대사성 산증은 체내 산성 물질이 과도하게 축적돼 혈액이 지나치게 산성으로 치우치는 상태를 말하며, 성장 초기의 신생아와 소아에게서는 빠른 교정이 요구되는 중증 대사 이상으로 분류된다. 아세트산나트륨 주사제는 혈중 산염기 균형을 조절해 산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며, 적절한 대체제가 마땅치 않아 치료 현장에서 필수 의약품으로 간주된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아세트산나트륨 주사제 생산품이 없어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해 왔다. 의료기관들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해외 제조사의 제품을 공급받았지만, 글로벌 생산 일정과 수출 정책 변화, 환율과 약가 조정 등 외부 변수에 상시 노출돼 있었다. 특히 신생아와 소아 집중치료실에서는 예측 가능한 재고 관리가 중요한데, 공급 변동성이 크면 장기적인 수급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국내 품목허가와 생산 기반 확보로 수급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된 점은 의료계와 환자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활용하면 운송 리드타임과 통관 지연 위험이 줄어들고, 비상 상황에서의 신속한 추가 생산도 상대적으로 용이해진다. 국가필수의약품으로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예비 재고와 공급 계획을 조정하기도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트산나트륨과 같은 소아용 필수 주사제는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규모는 작지만, 부재 시 환자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는 점에서 공급망 관리의 우선순위가 높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아 생산을 중단하거나 공급량을 조정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고, 각국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희귀필수의약품센터 설립, 국산화 지원, 장기 공급 계약 등 다양한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팜비오의 이번 국산화는 국내 제약사가 시장성이 크지 않은 필수의약품 영역에도 투자를 확대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일부 제약사들은 항암제나 만성질환 약물에서 확보한 수익을 바탕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소아용 제형, 필수 주사제 등 수익성이 낮은 품목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단기 매출보다는 의료 공공성과 국가 의약품 자급률 제고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략 축이 일부 이동하는 그림으로 해석된다.
남봉길 한국팜비오 회장은 아세트산나트륨 성분이 신생아와 소아 대사성 산증 치료에서 대체가 어려운 필수 성분이라고 강조하면서, 시장성이 낮더라도 국가필수의약품과 같은 꼭 필요한 의약품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 경우 향후 다른 필수 주사제와 희귀질환 치료제에서도 유사한 국산화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국가필수의약품 지정 제도와 희귀필수의약품센터 운영을 통해 공급 공백을 메워 왔지만, 실제 생산 기반을 국내에 두는 것이 장기적인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필수 주사제에 대한 국산 생산 허가는 공공보건 안전망을 강화하는 수단으로도 의미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아세트산나트륨 주사제 국산화가 단일 품목을 넘어, 국내 제약산업이 공공성 높은 영역으로 연구개발과 생산 투자를 얼마나 확대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네오나트륨주가 계획대로 시장에 안착하고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한편, 필수의약품 국산화를 뒷받침할 제도와 인센티브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