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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과정, CCTV로 드러나”…한덕수·윤석열 법정 진술 극명히 엇갈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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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둘러싸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특검팀이 정면으로 맞섰다. 계엄 당일 대통령실 내부에서 오간 주요 행위가 담긴 CCTV 영상이 13일 처음 법정에 공개되면서, 책임 소재와 사전 인지 여부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 강한 파장이 번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이날 열린 2차 공판에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실 5층 대접견실과 외부 복도를 촬영한 50분 분량의 CCTV 영상을 중계했다. 영상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비상계엄 선포 필요성을 설명하는 장면,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국무위원과 계엄 문건을 전달하며 협의하는 모습,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의 단독 대화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 연합뉴스

영상의 구체적 내용에 따르면 한덕수 전 총리는 2024년 12월 3일 오후 9시 10분경,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서 계엄 선포 계획을 전달받은 직후 대접견실로 이동했다. 이어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 등과 함께 계엄 관련 문건을 검토했고, 오후 10시 18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계엄 선포 후에는 한 전 총리가 여러 국무위원에게 전화를 돌려 회의 출석을 재촉하거나, 이상민 전 장관과 남아 문건 내용을 점검하는 정황도 드러났다.

 

특검팀은 영상 증거를 토대로 "한덕수 전 총리가 계엄 선포 및 언론 통제 계획을 사전에 분명히 인지했고, 동조 또는 보조하는 행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후 작성 문건, 위증 의혹 등 책임 문제를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덕수 전 총리는 재판정에서 "전체 계획을 알지 못했다. 경제 및 국가 신인도 저하를 우려해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반박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공식 국무회의 절차에서는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특검 측은 "영상에 포착된 당시 행동과 재판 과정에서의 진술이 어긋난다"며, "국무위원 모임과 절차를 동원해 정당한 외관만을 꾸미려 한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기억이 불분명한 부분이 있으며, 영상 해석을 놓고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맞섰다.

 

이날 법정에서의 CCTV 영상 공개는 사안의 중대성과 군사기밀 해제 등 여러 요건을 충족해 이뤄졌다. 특검은 "국민의 알권리, 진실 규명이라는 측면에서 법원의 결단"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피고인 측과 재판부의 해석이 극명히 엇갈린 만큼, 향후 추가 신문과 논쟁이 정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오는 23일 관련자 추가 신문이 예정돼 있어, 정치권과 국민적 관심이 다시금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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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윤석열#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