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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품는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와 주식교환 추진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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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네이버 금융 플랫폼 계열사로 편입되는 빅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ICT 기업과 가상자산 사업자의 지배구조가 결합하는 사례로, 빅테크 금융사업 확장과 디지털 자산 산업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위반 소지가 크지 않다고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플랫폼 금융과 가상자산 비즈니스의 결합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 교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포괄적 주식 교환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상대 회사 주식을 전부 취득하고, 그 대가로 자사 주식을 지급하는 구조를 뜻한다. 두 회사는 이사회에서 합병 구조와 일정, 교환 비율을 확정한 뒤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거쳐 절차를 밟게 된다.

현재 거론되는 핵심은 교환 비율이다. 시장에서는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3주를 배정하는 안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전해진다. 정확한 비율과 밸류에이션은 이사회 전후로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주당 가치와 향후 성장성에 대한 주주 설득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으로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100퍼센트 자회사가 되는 형태가 된다. 이 경우 네이버는 두나무를 손자회사로 두게 된다. 동시에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지배구조 재편이 이뤄진다. 명목상으로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지만, 최상단 주주 구조에서 송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쥐게 되는 셈이다. ICT 플랫폼과 가상자산 사업자의 지배력 교환이 맞물리는 독특한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합병 절차의 전제 중 하나는 금융당국의 규제 해석이었다. 특히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배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규제 위반 여부가 쟁점으로 거론돼 왔다. 최근 금융당국이 양사 합병이 금산분리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지는 않는다는 쪽으로 내부 판단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사회 개최와 일정 확정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금융 플랫폼과 가상자산 사업 간 결합에 대해 규제 당국이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인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기술·사업 측면에서는 네이버의 이용자 기반과 네이버파이낸셜의 결제·송금 인프라, 두나무의 가상자산 트레이딩·커스터디 역량이 결합하는 구조가 유력하다. 업비트 이용자 데이터를 비금융 서비스와 직접 결합하는 과정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전자금융거래법 등 규제 장벽이 작용할 수 있지만, 계열 내 데이터 연계와 크로스 마케팅을 통해 시너지를 모색할 여지는 남아 있다. 특히 가상자산과 포인트, 간편결제 잔액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슈퍼 앱 전략으로 확장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빅테크와 가상자산 사업자의 결합을 둘러싼 실험이 이어져 왔다. 미국에서는 일부 핀테크와 거래소가 합종연횡을 시도했지만, 규제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으로 성공 사례가 제한적이었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빅테크의 가상자산 직접 진출은 엄격한 규제와 은행 라이선스 요건에 막혀 신중하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이와 비교할 때, 한국에서 플랫폼 기업과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가 지배구조 차원의 결합을 추진하는 움직임은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에 속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은 과제는 규정 준수와 소비자 보호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제도, 특정 금융정보법, 전자금융 관련 규제는 모두 디지털 자산과 금융 플랫폼의 결합 방식에 영향을 준다. 특히 두나무가 네이버 계열로 편입될 경우, 업비트의 시장 지배력과 네이버 플랫폼 영향력이 결합해 정보 비대칭이나 과도한 마케팅, 투자 유인 행위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공정 경쟁과 건전한 투자 환경을 담보하기 위한 추가 가이드라인 논의가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빅딜을 디지털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 재편의 시발점으로 본다. 플랫폼과 거래소 결합이 새로운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을 경우, 다른 빅테크와 핀테크, 증권사와의 추가적인 인수 합병 움직임도 촉발될 수 있다. 한 디지털 금융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가 일종의 투자형 금융 서비스로 제도권에 더 가까워지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며 빅테크와 대형 거래소의 결합은 향후 디지털 자산 금융 생태계의 판도를 가르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양사의 주식 교환 구조와 이사회 결정을 지켜보면서, 실제 통합 이후 사업 전략과 규제 요구 수준을 가늠하려는 분위기다. 산업계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빅딜이 디지털 금융과 가상자산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도와 규제가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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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업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