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제2수사단 인원 선발 직접 요청”…문상호, 계엄 문건 재판서 김용현 지시도 증언
정치권을 흔들 계엄 관련 조율 정황이 법정에서 폭로됐다. 계엄 혐의로 기소된 문상호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9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으로부터 ‘제2수사단’ 인원 선발 요청을 받았다고 직접 증언하며, 당시 지휘라인의 개입과 민감한 지시 내용이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증언 과정에서 폭로된 발언은 계엄 실행 준비의 구체성과 그 내밀한 전달 구조를 다시 수면 위로 올렸다.
문상호 전 사령관은 2025년 9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현복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노상원 전 사령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해 주요 인선을 담당했던 경위를 말했다. 그는 “노상원 전 사령관이 지난해 9월 중순쯤 명단이 필요하다며 유능한 인물 선발을 요청했다”며 “북한 고위급 장성을 포함한 대량 탈북 사태 발생 시 임무 투입을 위한 준비였다”고 밝혔다.

문 전 사령관은 인선 명단 작성을 명확히 ‘극도로 민감한 사안’으로 규정했다. “보안을 철저히 하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주문받았다”고 말한 그는, 10월 초중순경 김봉규 대령과 정성욱 대령을 직접 지목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0월 6일에는 노 전 사령관이 ‘4·15 부정선거 비밀이 드러나다’라는 책자 요약도 요청했다고 언급했다. 노 전 사령관은 “책자를 두 대령에게 전달해 요약한 뒤 사령관에게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당시 정보 지휘라인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도 드러났다. 문 전 사령관은 10월 14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서 직접 전화가 왔다며, 김 전 장관이 “노 전 사령관을 잘 도와주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노 전 사령관의 지시가 비정상적으로 보여 내색했더니, 노 전 사령관이 ‘장관이 전화할 것이니 받아보라’고 해 실제 통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모든 것은 장관이 지시했다”는 김 전 장관의 언급을 전했다.
명단 보고와 병력 구성 지시도 실명으로 나왔다. 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19일 김봉규 대령과 정성욱 대령에게서 최종 명단을 보고받은 뒤 이를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군무원은 빼고, 부사관은 포함시키라” “전라도 출신은 배제하라”는 구체적 주문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배제 지침의 근거에 대해선 “이유를 되묻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보사령부 병력의 선관위 투입 및 부정선거 대응 지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안산 상록수역 카페에서 있었던 회동을 언급하며 “상황이 발생하면 선관위에 병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구체적 상황 설명 요구에는 노 전 사령관이 “나중에 알게 된다, 속보로 알 것”이라고만 답했다고 전했다.
부정선거 대비 계획의 정점엔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관련 언급도 있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가서 내가 조사하면 다 얘기할 거다’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노 전 사령관이 병력에게 케이블타이와 야구방망이를 준비시키라는 지침까지 내렸다고 말하며 “위협의도가 느껴졌다”고 부연했다.
이번 재판에서 드러난 증언은 단순한 인사 조율을 넘어 계엄이나 국가적 비상대응 과정에서의 지휘라인, 정보 전달 체계의 실체를 부각시켰다. 정치권은 문상호 전 사령관의 증언에 대해 “진상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과 “정치적 음해로 몰고가선 안 된다”는 반론을 내놓으며 정면 충돌 양상에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추가 증인 신문과 관련 서류 검토를 거쳐 노상원 전 사령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실체적 판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또한 계엄 문건 의혹의 여야 진상규명 공방이 정국 주요 이슈로 비화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