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4,000선 재탈환…엔비디아 최대 실적에 반도체·아시아 증시 동반 랠리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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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20일 엔비디아의 역대 최대 실적 발표에 힘입어 반도체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며 사흘 만에 4,000선을 회복했다. 미국과 아시아 주요 증시까지 기술주 랠리가 확산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실적이 인공지능 관련 투자 모멘텀을 재점화하며 국내 증시 내 반도체와 성장주의 재평가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5.34포인트 상승한 4,004.85에 마감했다. 상승률은 1.92%다. 지수는 장 초반부터 강하게 출발해 전장 대비 101.46포인트 오른 4,030.97에서 개장했고, 장중 한때 4,059.37까지 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다. 다만 장 마감 직전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며 상승세가 일부 둔화했다.

코스피 4,004.85 마감…엔비디아 최대 실적에 반도체·亞증시 동반 강세
코스피 4,004.85 마감…엔비디아 최대 실적에 반도체·亞증시 동반 강세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412억 원, 기관은 7,566억 원을 순매수해 합산 1조3,978억 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1조3,864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4,739억 원 규모로 순매수하며 현물·선물 양쪽에서 상승 베팅을 강화했다.

 

같은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3원 오른 1,467.9원에 마감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음에도 환율이 상승한 점에 대해 시장에서는 글로벌 달러 강세와 수입 결제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한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도 기술주 중심의 강세를 나타냈다. 19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7.03포인트 오른 46,138.77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는 24.84포인트 상승한 6,642.16, 나스닥 종합지수는 131.38포인트 오른 22,564.23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장 막판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형 기술주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다우와 S&P 500은 5거래일 만에, 나스닥 지수는 3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엔비디아는 장 마감 이후 자체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2% 증가한 570억1,000만 달러로, 약 83조4,000억 원 규모다. 시장 기대를 웃돈 최대 매출 기록은 인공지능 관련 투자에 대한 거품 논란을 일부 완화시키며 글로벌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개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는 이른바 엔비디아 효과가 반도체 대형주에 직접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4.25% 오른 10만600원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10만 전자를 회복했다. 종가 10만 원선 상회는 지난 17일 이후 사흘 만이다. SK하이닉스도 1.60% 오른 57만1,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동반 강세를 보였다. 전기·전자 업종 전체도 2.82% 상승하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서는 2차전지와 조선, 방산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0.80% 상승했고, HD현대중공업은 1.57% 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각각 4.44%, 1.22% 상승하며 에너지·방산주 전반의 투자심리 개선을 반영했다. 반면 경기민감업종인 자동차와 일부 금융 대형주는 차익 실현과 업종별 선호도 차이로 약세를 나타냈다. 현대차는 0.76% 하락했고, KB금융과 기아는 각각 0.82%, 0.96% 내렸다.

 

업종별로는 섬유·의류가 3.36% 오르며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통업이 3.20% 상승했고, 전기·가스 업종도 3.12% 오르며 경기 회복 기대를 반영했다. 반면 보험 업종은 0.29% 하락했고, 음식료·담배 업종도 0.21% 내리며 차별적인 약세 흐름을 보였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 흐름이 재개됐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전기·전자와 대형주에서 시작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장 마감에 가까워질수록 업종 전반으로 확산됐다며,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이 이어지는 한 국내 반도체와 기술주에 대한 선호도는 높게 유지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 역시 기술주 강세와 수급 개선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0.62포인트 오른 891.94에 마감해 2.37%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수는 장 초반 884.10에서 출발해 장중 내내 강세를 유지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825억 원, 131억 원을 순매수했으며 개인은 1,228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도 오름세를 탔다. 항체 약물접합체 관련 기업 알테오젠은 2.39% 상승했고, 2차전지 소재주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각각 1.18%, 4.79% 올랐다. 바이오주 에이비엘바이오는 4.36% 상승했고, 펩트론은 15.40% 급등하며 코스닥 강세장을 이끌었다. 성장주와 기술주의 동반 랠리는 엔비디아 실적 모멘텀과 함께 풍부한 유동성, 수급 개선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거래대금도 크게 늘었다.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14조9,459억 원으로 집계됐고,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7조7,903억 원이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과 메인마켓의 거래대금은 합산 8조4,075억 원으로 나타나, 국내 주식시장 전반의 회전율이 높아진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동반 강세 흐름을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86.24포인트 오른 49,823.94에 마감해 2.65%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만 가권지수 역시 846.24포인트 오른 27,426.36에 마감하며 3.18% 급등했다. 두 시장 모두 반도체와 IT 대표주가 강세를 보이며 지수 급등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국내외 증시는 엔비디아의 호실적을 계기로 AI와 반도체 관련 수요 기대가 다시 부각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된 흐름을 공유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미국 통화정책, 추가 실적 발표, AI 투자 사이클 지속 여부가 글로벌 증시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당국과 업계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구조적인 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투자 기조가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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