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교 자금 1억원 수수"…권성동 징역 4년 구형, 내년 1월 김건희와 동시 선고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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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둘러싼 통일교 자금 사건과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중진 국회의원의 거액 정치자금 혐의와 대통령 배우자의 주가조작 사건이 내년 1월 같은 날 선고를 앞두고 겹치면서, 정국 파장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원을 구형했다. 권 의원이 통일교 세계본부를 이끌었던 윤영호 전 본부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중형을 요청한 것이다.

특검팀은 권 의원이 2022년 1월 윤 전 본부장에게서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통일교 교인의 표와 조직 지원을 약속받는 대가로 1억원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대신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시 교단 현안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게 공소사실이다. 특검은 지난 9월 16일 권 의원을 구속해 10월 2일 재판에 넘겼다.

 

박상진 특별검사보는 구형 의견에서 “피고인은 중진 국회의원으로서 누구보다 헌법 가치 수호, 국민의 권익 보호에 힘쓸 책무가 있음에도 특정 종교단체와 결탁해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해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자금 수수에 그치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통로를 제공하고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 있게 했다”며 “국회의원의 지위를 사적, 종교적 이해관계에 종속시켰다”고 비판했다.

 

특검은 통일교가 대선과 당 대표 선거 과정에 본격 개입했다고도 주장했다. 박 특별검사보는 “그 과정에서 종교단체가 대선, 당 대표 선거에 개입하는 등 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로운 정치질서가 무너졌다”며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권 의원은 최후 진술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남색 정장에 흰 셔츠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권 의원은 다소 수척한 모습으로 재판을 지켜보다가 발언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며 “만약 윤영호에게 1억원을 받았다면 제가 속된 말로 코가 꿰인 것인데, 윤영호는 그 이후에도 저한테 단 한 번도 현안 사업을 부탁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심경도 토로했다. 그는 “어디서 어떻게 저의 억울한 사정을 얘기하며 구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구치소에서 숨 쉴 때마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선거 과정에서의 종교계 활동을 언급하며 “민주당도 우리 당과 같은 방식으로 했다”며 “선거 때 종교단체에 가서 득표활동을 하는 건 정상적인 선거 활동”이라고 항변했다.

 

권 의원은 다른 종교계의 대선 개입 정황도 예로 들었다. 그는 “불교에서는 수십명을 모아서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개신교 어느 종파에서는 최고지도자가 소속 목사 3분의 2 이상에게 윤석열 선대위 간부 임명장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종교계의 정치 참여가 보편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과도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대목이다.

 

변호인단도 윤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정면으로 겨눴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윤영호 전 본부장과 처음 만났고 신뢰 관계도 없었다”며 “돈을 주는 사람이 폭로를 무기로 위협할 가능성이 큰데,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 돈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 “검사는 돈을 줬다는 취지로 적힌 다이어리를 발견하고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받아내 피고인에 대한 구속 절차에 몰두했고, 그의 진술이 허위일 가능성은 수사하지 않은 채 윤영호 진술을 믿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 측은 특검이 확보한 증거의 수집 과정도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특검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최근 정치권을 뒤흔든 통일교의 더불어민주당 로비 의혹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애초 특검법이 정한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까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해 사건의 법적 성격 논쟁으로까지 쟁점을 확대했다.

 

특검팀은 곧바로 반박했다. 특검 측은 “윤영호는 이 사건 법정에서 증언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특검 진술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확인돼 증거가치가 높다”며 “다이어리, 사진이 객관적 진술에 부합하고 피고인 진술보다는 윤영호 진술 신빙성이 높다”고 밝혔다. 위법수집 증거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결심 공판 이후에는 권 의원에 대한 보석 심문도 진행됐다. 권 의원은 구속 석 달 만인 12일 보석을 청구하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심문 과정에서 그는 “윤영호와 전성배가 저를 당 대표로 밀기 위해 통일교 당원 가입을 시켰다는 것은 기록 어디에도 없다”며 “자기들이 제 이름을 거명해서 꿍꿍이를 꾸민 것인데 그걸 저보고 책임지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구속돼 있어서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못 하고 있는데 무슨 증거인멸을 할 수 있겠느냐”며 “야당 의원은 힘이 없다. 그리고 어떻게 도망가나. 애들한테 불명예를 안겨줄 할아버지가 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보석 허가에 반대했다. 특검 측은 “피고인은 구속 전에도 여러 방법을 동원해 윤영호를 회유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며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한 사정 변경이 없고 도주 우려가 높다”며 보석 기각을 요청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 전반에서 피고인의 태도와 행위를 고려하면 석방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8일 오후 3시 권 의원에 대한 선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같은 날 같은 재판부 심리 사건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혐의 사건과 윤영호 전 본부장의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도 선고가 예정돼 있다. 김 여사 사건 선고 시각은 오후 2시 10분, 권 의원과 윤 전 본부장은 오후 3시로 잡혔다.

 

통일교 자금 1억원 수수 의혹을 둘러싼 이번 재판은 종교단체와 정치권의 관계, 정치자금 투명성, 특검 수사의 정당성 등 복합적 쟁점을 한꺼번에 드러내고 있다. 내년 1월 같은 날 내려질 세 사건의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여야 정치권 공방과 향후 국회 논의, 특검 연장 여부 논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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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김건희#윤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