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합의 국회 비준 두고 격돌”…산자위 여야, 신뢰·주권 논쟁
한미 관세 합의의 국회 비준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500조원 규모의 국가 투자, 국회 동의 절차를 두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 쟁점은 한미 관세 합의의 성격과 국회 비준을 통한 통제권, 그리고 향후 대미 통상 전략의 유연성이었다.
논쟁의 불씨는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이 지폈다. 정 의원은 이날 “500조원이 넘는 나랏돈을 투자하는 합의에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더불어민주당 주장에 동의하느냐”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질문했다. 아울러 미국 측 인사로만 구성된 투자위원회 등 합의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이게 성공적인 협상이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정관 장관은 “양해각서(MOU)의 경우 조약이 아니고 비구속적 성격을 갖고 있기에 국회 동의는 받지 않을 예정”이라며 “협의위원회에는 한국 측도 들어가 있다.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보고드리겠다”고 해명했다. 산업부는 합의의 실효성과 비공식적 성격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비준 필요 주장 자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언주 의원은 “비준해야 할 사안도 하지 않도록 머리를 써야 할 상황에서, 안 해도 되는 사안을 비준해야 한다고 주장하느냐”며 “바보 같은 짓”이라고 반발했다. 이 의원은 미국 행정부의 일방적 결정 가능성과 정청 변동성을 언급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가 바뀌거나 우리의 투자 부담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실무진도 유연한 대처 필요성을 시사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비준은)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 신축성을 갖고 행정부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한미 관세 협력의 지속 가능성과 행정부 재량 범위를 넓게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여야는 한미 관세 합의의 법적 성격, 비준 필요성과 경제적 주권, 국가 정책의 유연성을 내세워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날 위원회는 산업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 지식재산처 소관 2026년도 예산안을 예산결산소위원회에 상정하며 향후 통상 정책과 투자협정, 재정 부담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비준 동의 요건 및 행정부 대응 방향에 대해 본격 토론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