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업무 자동화 경쟁 확산”…유비케어, 유팜 뉴 라인업 공개로 디지털 전환 가속
약국 운영을 뒷단에서 지탱하는 디지털 인프라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 처방 입력과 조제, 재고 관리, 결제와 회계까지 이어지는 약국 현장의 업무 흐름을 소프트웨어와 자동화 장비로 연결해 효율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유비케어가 연동 솔루션을 묶은 유팜 뉴 라인업을 앞세워 약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약국 디지털 전환 경쟁 구도가 한층 선명해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약국 업무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운영을 둘러싼 플랫폼 경쟁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유비케어는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2025 10회 대한민국 약사학술제 및 47회 팜엑스포에 참가해 약국 운영 효율화와 업무 절감을 내세운 유팜 뉴 라인업을 공개한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이번 라인업은 약국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복 업무를 줄이고, 약사가 조제와 복약지도 등 전문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팜 뉴 라인업의 핵심은 각 솔루션이 개별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처방량 데이터와 주문, 조제, 결제 시스템을 연동해 하나의 운영 흐름을 만드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처방전 입력과 동시에 필요한 의약품 재고 현황을 파악하고, 부족분은 주문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기존 약국 시스템이 조제와 청구, 재고 관리가 분리돼 운영되던 것과 비교하면, 약사가 직접 확인해야 할 수작업 단계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주요 제품 포트폴리오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자동조제 솔루션 오토팩 올케어는 약 포장 장비, 유지관리,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모델로, 조제 과정의 기계화와 관리 편의를 동시에 겨냥했다. 자동조제 시스템은 수기 조제 대비 투약 오류를 줄이고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초기 도입 비용과 유지관리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오토팩 올케어는 이를 일괄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약국 전용 플랫폼 3초 ERP는 유비케어의 약국 정보시스템 유팜에서 축적되는 처방량 데이터를 연동해 의약품 주문 과정을 간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요 예측에 기반한 발주 자동화에 가까운 형태로, 기존 수기 발주나 단순 재고 기준 주문 방식과 비교해 약가 손실, 재고 부족이나 과잉 재고를 줄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ERP는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을 뜻하는데, 약국 환경에서는 재고, 매출, 비용, 인력 스케줄 등 운영 정보 통합 관리 수단으로 확장될 수 있다.
유팜패스는 약국 운영 필수 장비와 케어 상품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결제 단말기, POS 시스템, 라벨 프린터, 각종 관리 솔루션과 유지관리 서비스를 묶어 월 단위로 이용하도록 설계해, 장비를 일시불로 구매해 감가상각하는 기존 방식과 다른 운영 모델을 제시했다. 약국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을 줄이고, 장비 교체와 업그레이드를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선택지로 작동할 수 있다.
토스플레이스와 협력해 개발한 유팜 토스포스는 약국 업무에 최적화된 POS 솔루션을 지향한다. 일반 소매 유통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POS와 달리, 처방 조제와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소모품 판매가 혼재된 약국 특성을 반영해 결제, 매출 분석, 세무 연동을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간편결제와 연계된 사용자 경험을 앞세운 토스 계열 기술을 약국 현장에 이식해, 결제 편의와 데이터 활용 폭을 넓히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이번 라인업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흐름과 맞물린다. 병원에서는 전자의무기록 통합, 처방 지원 시스템, 의료 AI 판독 솔루션이 환자 진료 효율을 높이고 있고, 제약사 역시 생산과 물류를 묶는 스마트팩토리와 ERP 고도화에 투자하고 있다. 약국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디지털 투자 우선순위가 낮게 평가돼 왔지만, 고령화 심화와 만성질환 관리 중요성 확대로 1차 의료 접점으로서 역할이 커지면서 운영 효율과 데이터 관리 수요가 본격적으로 부상하는 구간에 들어선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약국 디지털 전환은 본격화된 상태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대형 체인 약국을 중심으로 중앙 자동조제 센터, 로봇 조제 시스템, 클라우드 기반 약국 관리 플랫폼이 확산되고 있고, 각종 보험 청구와 재고 관리를 통합한 SaaS 모델이 성장 중이다. 국내에서는 구조적 제약 탓에 단일 체인 확장이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개별 약국을 묶는 플랫폼 사업자가 데이터와 업무 흐름을 표준화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울 여지도 있다.
다만 디지털 기반 약국 운영 고도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규제와 제도 측면 변수도 적지 않다. 복약지도와 처방 조정 등 약사의 전문 행위는 대면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원격 조제나 비대면 약배송 등은 규제 환경에 따라 허용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환자 처방 이력과 약력 관리 데이터가 확대될수록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요구 수준도 함께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업무 자동화 과정에서 약사의 전문성 약화나 일자리 영향에 대한 논쟁도 이어질 수 있다.
유비케어는 이번 팜엑스포 참가를 계기로 약국 현장 의견을 수집해 제품 기획과 기능 개선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진태 유비케어 대표는 유비케어가 약국의 핵심 파트너를 지향한다며 운영에 필요한 전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행사에서 약사들의 실사용 경험과 요구를 직접 청취해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솔루션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유비케어의 유팜 뉴 라인업이 국내 약국 시장에서 디지털 전환 속도를 어느 정도 끌어올릴지, 그리고 약국 업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약국 운영을 둘러싼 기술 혁신과 규제, 개인정보 보호와 전문 직능의 역할 설정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새로운 성장 조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