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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방어의역설”…보양식도체질따라독될수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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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백·고지방 생선인 방어가 겨울철 대표 보양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 철분·칼슘 등 미네랄을 고르게 함유해 영양학적 가치가 높고, 찬 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월동과 산란을 앞두고 지방이 충분히 올라 기력 보충 식재료로 활용된다. 의료계는 체온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지기 쉬운 겨울철에 방어가 에너지 대사와 면역 기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지방 함량이 높은 특성상 영양 과잉 상태인 현대인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방어에 풍부한 지방산은 체내 에너지 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해진 신체의 방어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환절기와 겨울철에는 피로감과 무력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기력을 끌어올리는 식재료로 활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100g당 지방 5.24g에 이르는 겨울 방어 특성상, 이미 고지방·고열량 식단에 노출된 사람은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방어를 ‘평온한 성질’을 가진 식재료로 분류하면서도 몸을 따뜻하게 하는 온기 작용이 있다고 본다. 기력이 쉽게 떨어지는 사람, 손발이 차고 말초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 피로가 잘 누적되는 사람에게 잘 맞는 식품으로 여겨진다. 동의보감에는 겨울철 지방이 풍부한 어종에 대해 기운을 돋우고 혈을 보하며 체온을 높여 추위로 인한 불편과 순환 저하를 개선한다고 서술돼 있다. 본초강목 역시 몸을 덥히고 허약 증상을 안정시키며 원기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기록한다.

 

영양학 관점에서도 방어는 다른 식재료와의 조합을 통해 기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식품으로 분류된다. 방어와 무를 함께 조리하는 방어 무 조림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무는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돕고 막힌 기운을 풀어주는 채소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 방어 특유의 따뜻한 성질이 더해지면 혈액순환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겨울철 흔한 손발 저림과 피로감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여기에 생강을 곁들이면 복부를 따뜻하게 하고 소화 기능을 활성화해 냉기로 인한 복통이나 체기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데 유익하다고 한의계는 본다.

 

방어탕도 겨울 보양식 메뉴로 활용 범위가 넓다. 방어의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조절과 심혈관 건강 관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지질 성분이다. 여기에 쑥갓, 미나리 등 향이 강한 채소를 함께 넣으면 생선 비린내를 줄이는 동시에 비타민 A와 C 등 항산화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 항산화 성분은 활성산소를 줄여 세포 손상을 완화하는 데 관여하고, 소화 및 해독 기능에도 관여해 겨울철 전반적인 컨디션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문제는 과잉 섭취다. 방어는 다른 생선류에 비해 지방 함량이 높은 편이어서, 이미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육류·유제품·튀김류 섭취가 많은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체지방률이 높은 사람, 고지혈증 등 지질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지나친 섭취가 체중 증가와 혈중 지질 수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마늘, 양파, 오이 등 섬유질이 많고 열량이 낮은 채소와 함께 섭취해 총 지방 섭취량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높이는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안전성 측면에서의 관리도 강조된다. 겨울철 신선도가 좋아 방어회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생식 형태로 섭취할 경우 세균과 바이러스 오염 위험이 존재한다. 의료계는 위장관이 민감한 유아, 면역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임산부, 감염에 취약한 고령자는 과도한 생식 섭취를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조리 과정에서의 냉장 보관, 칼과 도마 분리 사용, 충분한 가열 여부가 세균 증식과 식중독 예방에 관건으로 지목된다.

 

한의학계는 방어의 온성 식재료 특성을 감안해 개인별 체질에 맞춘 섭취 전략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평소 열감이 심하고 얼굴이 붉어지거나 상열감을 호소하는 사람, 소화기 계통이 약해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소화 불량을 겪는 사람은 섭취량과 횟수를 줄이는 편이 좋다고 본다. 반대로 추위를 심하게 타고 사지가 차가운 사람,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 기력이 부족한 노년층은 적정량을 조리해 섭취하면 체온 유지와 기력 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홍순성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방어를 겨울철 기력 회복과 체온 유지에 적합한 제철 보양 식재료로 평가하면서도, 지방 함량이 높은 특성을 감안한 개별화된 섭취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방어가 가진 영양학·한의학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체질과 건강 상태, 기존 식습관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섭취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조리법 선택과 섭취량 조절이 건강 관리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국민 건강 인식이 높아지는 만큼, 제철 보양식 활용에도 영양 정보와 위험 요인을 함께 전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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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자생한방병원#홍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