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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단독망 의무화”…정부, 주파수 재할당 확정 여파 촉각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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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단독망을 전제로 한 대규모 주파수 재편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 이용기간이 끝나는 3G·4G 주파수 370메가헤르츠 폭 전체를 기존 사업자에게 재할당하되, 5G 단독망 도입과 실내 품질 개선 투자를 조건으로 붙이면서다. 업계에서는 재할당대가 부담과 망 투자 의무가 동시에 부과된 만큼, 향후 5G 품질 경쟁과 6G 전환 전략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개 설명회와 전파정책자문회의를 거쳐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기존 사업자에게 3G·4G 주파수를 모두 재할당하되, 재할당 조건으로 5G 단독망 서비스 제공을 의무 이행 사항으로 명시한 점이다.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 5G 비단독망 구조로는 품질·지연시간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조치다.

5G 단독망은 LTE 망에 의존해 제어 신호를 처리하던 기존 비단독망과 달리, 접속부터 제어까지 전 구간을 5G 전용 코어망과 기지국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초저지연 통신과 대규모 동시 접속, 네트워크 슬라이싱 같은 기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지만, 코어망 교체와 기지국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 정부가 이번 재할당을 통해 단독망 전환을 공식 의무로 설정하면서, 통신 3사는 5G 코어 고도화와 장비 교체 전략을 앞당길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주파수 이용기간은 대역별로 차등 적용된다. 1.8기가헤르츠 대역 20메가헤르츠 폭과 2.6기가헤르츠 대역 100메가헤르츠 폭은 이용기간을 2029년까지 3년으로 설정했다. 과기정통부는 6G 상용화 준비 과정에서 광대역 확보와 대역 재편이 필요한 구간이라 판단하고, 중단기 내 신규 할당 또는 재할당 여부를 다시 검토할 계획이다. 나머지 대역은 안정적 서비스 제공을 고려해 기존처럼 5년 이용기간을 부여했다.

 

사업자 선택권을 늘려 망 구조를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장치도 포함됐다. 3G 대역은 이용기간 내 서비스 변동 가능성을 감안해, 각사가 해당 대역을 4G 이상 기술로 전환해 쓸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4G 대역의 경우 가입자·트래픽 감소 추세를 고려해, 2.1기가헤르츠 또는 2.6기가헤르츠 대역 가운데 1개 블록은 이용자 보호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 이용 개시 1년 이후부터 이용기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사업자는 트래픽 밀도와 단말 보급 현황에 맞춰 4G 축소와 5G 확장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기술 방식 업그레이드에 대한 규제 정비도 병행된다. 과기정통부는 이용기간 중이라도 이용자 보호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3G·4G 재할당 주파수를 5G 이상 기술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를 미리 개정할 예정이다. 사실상 재할당 대역 전체를 5G 및 차세대 이동통신용 후보 자원으로 풀어놓는 셈이어서, 향후 5G 고도화와 6G 초기 서비스 준비에 활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관심을 모은 재할당대가는 기존 할당 당시 산정된 가치를 참조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대역이 이미 경매 또는 재할당을 통해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된 점을 고려해, 이전 할당대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여기에 5G 단독망 도입에 따른 투자 부담을 일부 반영해 전체 기준가격 약 3조6000억원 대비 14.8퍼센트 낮춘 약 3조1000억원 수준으로 재할당대가를 확정했다. 예상 매출, 전문가 의견, 통신 시장 통계를 종합해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5G 실내 품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투자 옵션도 제시했다. 이달부터 2031년 말까지 신규로 5G 실내 무선국을 일정 규모 이상 구축하는 사업자에게 재할당대가를 차등 감면하는 구조다. 실내 기지국 2만국 이상을 구축하면 최종 대가는 2조9000억원, 1만국 이상이면 3조원, 1만국 미만이면 3조1000억원으로 산정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수도권 대형 건물과 공장, 병원 등 실내 트래픽 밀집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릴수록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어, 5G 품질 경쟁이 실내 커버리지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5G 주파수 신규 공급도 중장기 아젠다로 남았다. 재할당 연구반은 5G 품질 개선과 인공지능 시대 트래픽 대응, 이동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 장비·단말 생태계 파급효과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주파수 공급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통신사들의 구체적 수요가 뚜렷하지 않다고 보고, 향후 수요가 분명해지는 시점에 별도의 공급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5G 중·고주파 대역 확보 경쟁이 진행 중인 만큼, 국내에서도 5G 추가 대역과 6G 후보 대역을 둘러싼 전략 논의가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이용자 보호와 주파수 효율적 이용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 방점이 찍힌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할당대가 수준에 대해 사업자 불만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전파법령 취지와 시장 형성 가격을 고려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재할당을 계기로 이동통신망 고도화가 진행되면, 국내 인공지능 인프라 경쟁력과 통신 서비스 품질이 동반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이통 3사는 대체로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정책 취지에 맞춰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일부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산업 발전과 고객 가치를 우선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주파수 대가 산정 제도에 대해 중장기 관점에서 발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해, 향후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여지를 남겼다. KT는 5G 통신망 고도화와 안정적 서비스 기반 마련 측면에서 이번 재할당의 의미를 평가하며, 기술 진화를 촉진하는 합리적 수준의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재할당 이후에도 서비스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재할당이 단기적으로는 통신사 재무 부담을 키우지만, 장기적으로는 5G 단독망 상용화와 실내 품질 개선을 통해 이용자 체감 품질을 끌어올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6G 상용화 시점에 맞춰 주파수 구조를 유연하게 재편하기 위한 사전 정비 작업이라는 평가도 있다. 산업계는 향후 추가 주파수 공급과 요금·투자 규제 등 후속 정책 방향에 따라, 통신 시장 경쟁 구도와 네트워크 투자 전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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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sk텔레콤#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