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철통같이 막아내겠다"…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尹 체포영장 집행 저지 정황 드러나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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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경호처 간부들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 정면 충돌했다. 군사경찰 병력과 버스까지 동원된 가운데, 경호처 수뇌부가 조직적으로 영장 집행 저지에 나섰다는 공소장 내용이 드러나면서 향후 법적·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8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 공소장을 연합뉴스가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김성훈 전 대통령실경호처 차장을 포함한 경호처 간부들은 작년 12월 30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영장 집행을 방해하기 위해 경호처 공무원과 차량, 군사경찰 병력을 동원하고 유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종준 전 대통령실경호처 처장은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영장이 발부된 2024년 12월 31일부터 2025년 1월 2일까지 처장 공관 1층 회의실에서 연속 간부회의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공수처의 체포영장을 "불법"이라고 규정하며, 관저 주변에 차벽을 세우는 등 영장 집행을 막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적시됐다.

 

김성훈 전 차장과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도 체포영장 집행 전날인 2025년 1월 2일 내부 회의에서 공수처 집행 인력을 향해 "미친놈들이 오면 때려잡자"고 말하는 등 물리력 행사 의지를 드러낸 정황이 특검 수사 결과에 담겼다. 특검팀은 이들이 영장 집행 저지를 공모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호처 간부들은 경호처 차량과 군사경찰경호대 소유 버스를 활용해 3중 차벽을 세우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저지역 침투대비 차벽 현황 보고서 등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 아울러 공수처 공무원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할 경우 곧바로 차벽을 설치하고 저지선을 구축하는 행동지침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종준 전 처장은 공수처 인력이 대통령 관저 진입을 시도하거나 정문 돌파를 시도할 때마다 윤 전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렇게 해 경호작전과 영장 집행 상황이 대통령에게 신속히 전달되도록 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특검팀은 전했다.

 

특검팀은 경호처 간부들이 부하 직원들에게 공수처 인력의 진입을 물리적으로 막으라고 수시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성명이 확인되지 않은 경호공무원들이 공수처 수사관의 목을 누르거나, 공수처 파견 경찰관의 가슴 부위를 밀치는 등 폭행이 있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김성훈 전 차장은 공수처 검사가 1차 저지선을 넘어 관저 방향으로 뛰어가자 특정 검사를 지목하며 "막아", "팔짱 껴"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검사는 경호공무원 4명에게 둘러싸여 이동이 제지됐고, 몸이 붙잡히는 등 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해당 검사와 공수처 파견 경찰관 등은 2차 저지선 돌파를 시도하다가, 박종준 전 처장의 지시를 받은 경호공무원에게 멱살을 잡히는 등 폭행을 당한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했다. 특검은 이런 행위들이 영장 집행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직적 물리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특검 공소장에 따르면 박종준 전 처장의 사직서가 수리된 뒤 처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 김성훈 전 차장은 영장 집행 저지 의지를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김 전 차장은 1월 7일 윤 전 대통령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대통령님께서 전략을 세우시고 준비하시는 데 전혀 지장 없도록 철통같이 막아내겠다"며 "더욱더 직원들을 정신 무장시켜 한치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 전 차장은 경호처 소속 공무원 100여 명을 동원해 영장 집행 저지를 위한 인간 스크럼 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혔다. 그는 차벽과 철조망을 추가 설치하도록 지시해 관저 주변 경계 태세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외부에 총기가 잘 보이도록 휴대한 상태에서 위력 순찰을 벌이도록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특검팀은 그가 정당한 권한 없이 소속 공무원에게 총기 소지를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본부장은 1월 11일부터 13일까지 경호처 관저부 직원에게 기관단총 2정을 가족경호부 사무실에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무기고에 있던 기관단총과 실탄 80여 발을 가족데스크에 배치했으며, 특검팀은 이를 통해 관저 경계선에서 실질적인 무장 경계가 이뤄졌다고 봤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이처럼 경호처 간부들이 직권을 남용해 소속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윤 전 대통령 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도피를 돕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박종준 전 처장과 김성훈 전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지난 4일 불구속 기소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 범위와 경호처 조직적 관여 수준이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경호처의 역할과 권한, 대통령 경호를 명분으로 한 법 집행 저지 여부를 두고 격론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특검 수사와 재판 경과를 지켜보며 대통령 경호 체계와 사법기관 영장 집행 절차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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