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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헬스케어로 예측의료 가속…차바이오, 예방 중심 패러다임 부상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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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가 치료 중심이던 의료를 예측과 예방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한 맞춤형 관리가 비용 절감과 의료 효율화의 해법으로 주목받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 전환이 향후 의료·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바이오그룹 산하 뉴스룸이 인용한 노바원어드바이저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33년 1조6351억달러, 한화 약 2300조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 인구 확대와 당뇨·심혈관질환·치매 등 만성질환 증가가 수요를 밀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모바일 헬스케어, 인공지능 기반 진단, 원격 모니터링 등 다양한 디지털 수단을 통해 의료 현장의 부담을 덜고, 환자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게 만드는 구조가 확산되는 추세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정보통신기술과 보건의료가 결합된 서비스와 기술 전반을 포괄한다. 스마트폰 앱, 웨어러블 기기, 클라우드 플랫폼 등을 활용해 예방과 진단, 치료와 재활, 사후관리까지 전 주기를 데이터 기반으로 지원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심박수와 수면 패턴을 상시 측정해 이상 신호를 조기 포착하거나,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영상검사 결과를 판독해 의료진 진단을 보조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번 디지털 접근법은 기존처럼 증상 발현 이후 처치를 하는 사후 대응을 넘어, 고위험군을 먼저 찾아내 질병 발생을 줄이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산업 내에서는 사용 범위와 목적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의료, 디지털 치료제 등으로 세분화해 부른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건강관리 앱부터 환자 치료를 목표로 하는 소프트웨어까지 넓게 포함하는 상위 개념으로 활용된다. 수면 패턴을 개선하기 위한 수면유도 애플리케이션처럼 생활습관 개선을 돕는 도구와,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행동치료 기법을 적용해 증상 완화를 목표로 설계된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앱이 모두 이 범주에 들어간다. 기능과 대상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예방과 치료를 지원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디지털 의료는 이 가운데 의료 현장에서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근거 기반 제품에 초점을 맞춘다. 의사와 연구자가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판독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활용해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 상태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장치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임상시험 참여자에게 자동측정기기를 지급해 혈압, 심전도, 활동량 등을 실시간으로 전송받는 시스템이 대표적 사례다. 축적된 데이터는 치료 효과 분석과 부작용 탐지에 활용돼, 임상 개발 속도와 품질 향상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의료 생태계에 녹아들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 자체가 치료 행위를 수행하는 제품을 가리킨다. 우울증, 불면증, 약물중독,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 정신건강 영역뿐 아니라 만성질환 관리에도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환자의 행동 패턴과 증상을 분석한 뒤, 임상 근거가 검증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개입 콘텐츠를 제공해 증상 악화를 막고 상태를 호전시키는 구조다. 실제 환자에게 직접 의학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 자료를 보건당국에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점에서 일반 건강관리 앱과 명확히 구분된다.

 

글로벌 규제 환경도 서서히 정비되는 국면이다. 2017년 미국에서는 페어테라퓨틱스의 약물중독 재활용 디지털 치료제 리셋이 미국식품의약국 승인을 획득하며 상용화에 성공했다. 앱 기반 치료 소프트웨어가 전통 의약품과 유사한 규제 틀 안으로 진입한 첫 사례로 평가되며, 이후 각국 규제기관의 디지털 치료제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 대한 품목 분류와 심사 기준을 제시하며 제도 기반을 넓혀가는 흐름이 나타난다.

 

국내 시장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인공지능 의료영상 분석 기업 루닛과 뷰노는 병원 영상 판독에 적용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암과 폐질환 조기 진단을 돕는 솔루션을 상용화하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웨어러블 기반 심전도 측정과 부정맥 감지 기술을 보유한 휴이노, 모바일 기반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 웰트, 수면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수면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씨어스테크놀로지와 에이슬립 등도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차바이오그룹 계열사 차헬스케어는 해외 병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반 의료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는 행보다. 현지 병원의 진료와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 기반 의료진 지원 서비스와 고령층 대상 예방 돌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에게 발생하기 쉬운 낙상, 심혈관질환, 인지 기능 저하 등의 위험 신호를 사전에 포착해 관리하는 서비스를 통해, 요양 중심이던 고령사회 대응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사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원격의료와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규제와 제도화 속도가 국가별로 크게 엇갈려, 산업 성장 경로도 다르게 전개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미국과 유럽은 팬데믹을 계기로 원격 진료와 비대면 처방을 넓게 허용해 플랫폼 기반 디지털 의료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됐고,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인허가 경험도 축적됐다. 반면 국내에서는 원격의료 제도화가 논쟁을 거듭하고 있어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이 병원 밖으로 확산되는 속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데이터 보호, 의료 책임 범위, 급여 적용 방식 등이 여전히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 제고를 넘어 보험 재정과 국가 보건지출 구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질병 발생 이전 단계에서 생활습관 교정을 지원하고, 만성질환 악화를 막는 개입이 체계화되면 장기적으로 입원과 고비용 치료를 줄일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데이터 편향 문제를 해결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에서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문도 커지고 있다.

 

당장의 시장 확대 전망만큼이나 제도와 윤리, 인프라를 어떻게 정비하느냐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의료계와 산업계, 규제기관이 임상 근거 축적과 환자 보호 원칙을 공유하면서도 혁신의 속도를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는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관건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산업계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실제 의료 현장과 일상 속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예방 중심의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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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바이오그룹#루닛#디지털헬스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