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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3 겨냥한 네이버 두나무 인수전…AI 결제 블록체인 결합 주목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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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품으며 웹3 기반 디지털 금융 패러다임 전환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신주를 두나무 주식과 맞바꾸는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지배 구조를 재편하면서도, 의결권 위임을 통해 금융 플랫폼 주도권은 유지하는 전략이다. 인공지능과 검색, 간편결제, 블록체인 기술을 묶어 차세대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네이버는 26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웹3 환경에서의 글로벌 도전을 목표로 두나무와 계열 통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네이버 이사회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포괄적 주식 교환 안건을 승인했고, 양사 이사회에서도 동일 안건이 의결됐다. 거래 구조의 핵심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해 두나무 기존 주식과 교환하고, 그 결과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소규모 합병 형태다.

주식 교환 비율은 네이버파이낸셜 보통주 1주당 두나무 보통주 2.5422618주로 설정됐다. 양사가 미래 수익과 현금창출 능력을 반영하기 위해 현금할인모형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한 결과,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가치 비율은 1대 3.064569로 도출됐다. 이후 각사 발행주식 총수를 반영해 1주당 교환가액은 두나무 43만9252원, 네이버파이낸셜 17만2780원으로 계산됐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교환 비율 1대 2.5422618이 확정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주주에게 발행할 신주 총수는 8755만9198주, 신주 발행가액 총액은 약 15조1284억7821만7513원 규모다. 주식 교환이 마무리되면 네이버의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율은 기존 89.21에서 약 17 수준으로 크게 낮아진다. 반면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19.5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김형년 두나무 회장도 10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네이버는 송 회장과 김 회장이 보유하게 될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총 46.5 의결권을 확보하기로 했다. 지분율은 희석되지만 의결권을 통해 경영 의사결정 지배력을 유지하는 구조다. 주식 교환이 완료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일반사업지주사로 전환되고, 두나무는 그 아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플랫폼 지주 성격의 네이버파이낸셜 위에 네이버, 그 아래 디지털 자산과 결제를 아우르는 구조가 구축되는 셈이다.

 

거래 성사를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절차가 남아 있다. 상법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내년 5월 22일 각각 주주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같은 날부터 6월 11일까지는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를 대상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을 두고 이해관계자 보호 절차를 진행한다.

 

네이버는 이번 계열 통합의 배경으로 금융의 디지털 전환 가속을 들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3400만 명이 넘는 사용자와 연간 80조원 규모의 결제 거래를 처리하는 국내 최대 간편결제 사업자로, 온라인 상거래와 생활금융 인프라를 폭넓게 확보했다. 두나무는 업비트를 통해 국내 1위,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디지털 자산 거래 규모를 기록하고 있고,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과 디지털 자산 보관, 검증 기술을 축적했다.

 

특히 이번 결합은 기존 인터넷 금융과 가상자산 플랫폼이 별도 트랙으로 움직이던 구조를 통합해, AI 기반 개인화 추천과 검색,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기술을 블록체인 네트워크 및 디지털 자산 거래 시스템과 결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 검색과 페이 데이터로 이용자 금융 패턴을 분석하고, 두나무의 블록체인 인프라 위에 토큰화 자산, 디파이형 서비스, 크로스보더 결제 등을 올리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빅테크와 크립토 기업의 결합 경쟁이 이미 가속화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종합 결제 플랫폼과 가상자산 거래소, 스테이블코인 사업자가 연계하며 온체인 결제와 송금 실험을 확대하고 있고,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은행과 거래소, 핀테크가 토큰화 증권과 웹3 지갑을 전면에 내세우는 추세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계열 통합은 국내 ICT 기업이 이 흐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다만 두나무가 영위하는 가상자산·블록체인 사업 특성상, 금융당국과 국회 차원의 규율 체계가 향후 사업 확장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 논의, 가상자산 사업자 규제 강화,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 등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네이버·두나무 결합 구조가 금융투자업이나 전자금융 관련 규제를 어떻게 충족할지에 대한 검토도 요구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일반사업지주사 전환 역시 금융당국의 세부 판단과 감독 방향과 맞물려 있다.

 

네이버는 웹3 환경으로의 변화 속에서 AI, 검색, 간편결제, 블록체인 역량을 통합해 새로운 글로벌 도전의 원동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자산 기술 저변 확대와 인재 양성, 사회적 수용도 제고에도 책임 있게 나서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 K핀테크의 경쟁력을 알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산업계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이 실제로 글로벌 웹3 금융 플랫폼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규제와 시장 수요의 균형 속에서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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