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박찬욱 재회의 순간”…‘어쩔수가없다’ 북미 첫 상영→한류 자긍심 다시 타올랐다
무대 위 두 거장이 만나자 영화제장은 금세 온기가 흘렀다. 이병헌이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TIFF 트리뷰트 어워즈’ 특별공로상 수상자로 오르는 장면은 박찬욱 감독이 건넨 한마디에 단순한 영예를 넘어선 우정과 존경의 순간으로 변모했다. 담담하면서도 깊은 어조로 박찬욱 감독이 “비범한 평범성”이라 정의했듯, 이병헌의 진정성 있는 연기 세계가 영화 예술의 본질을 다시 일깨웠다.
이날 무대에서 이병헌은 35년 연기의 여정과 영화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솔직담백하게 고백했다. “토론토국제영화제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다섯 번째 방문의 감회와 자부심을 더했다. 2000년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를 계기로 자신의 꿈이 실현됐다고 언급한 이병헌의 회상에는 한 배우의 고뇌와 헌신, 그리고 함께 성장해 온 한국 영화계의 긴 여정이 배어 있었다. 이어 “감독님과 함께하는 ‘어쩔수가없다’는 꼭 봐야 할 이야기다”라는 그다운 진심도 전해졌다.

박찬욱 감독은 오랜 연인 같은 오래된 인연과 신뢰를 유쾌하게 비췄다. 2022년 미국 LACMA 아트+필름 갈라에서 이병헌이 시상에 나섰던 기억처럼 이번에도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한국 영화의 가치와 온기를 전파했다. 수상 소감과 축하가 오가던 시상식에는 유머와 찬사, 그리고 관객의 따뜻한 박수가 자연스럽게 퍼졌다. 그래서였을까, 토론토국제영화제의 밤은 한류의 힘을 새롭게 실감케 했다.
이병헌은 ‘어쩔수가없다’에서 25년간 일한 공장에서 해고된 만수 역으로 현실과 가족, 삶의 무게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담아냈다. 이번 작품은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9분간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곧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아시아 최초 공개를 앞두고 있다. 토론토에서는 북미 갈라 프리젠테이션 부문을 통해 처음 관객과 만났고, 뉴욕영화제에도 메인 슬레이트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외신과 평론가들은 “아시아 영화의 위력”을 조명하며 이병헌과 박찬욱의 협업에 뜨거운 호평을 보내고 있다. 이병헌은 “이번 수상은 제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가 세계에서 이룬 자랑스러운 성취에 대한 인정이라고 생각해 겸허하게 받겠다”는 말을 남기며 의미를 더했다. 이병헌, 박찬욱의 재회와 ‘어쩔수가없다’의 첫 북미 상영은 곧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아시아 관객과도 또다른 울림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