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 속 버디 폭풍”…이정은, FM 챔피언십 5언더→공동 7위 도약
짙은 먹구름과 세 번의 사이렌, 선수들에게는 인내와 집중의 시간이 펼쳐졌다. 이정은은 멈추지 않는 내림비와 잦은 경기 중단 속에서도 조용히 스코어를 줄이며, 보스턴 TPC의 거친 그린 위에서 스스로를 증명했다. 2라운드 5언더파,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버디만 다섯 개. 흙탕물 흔든 악천후를 뚫은 이정은의 스윙엔 숨죽인 열정과 평정이 담겨 있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FM 챔피언십 2라운드는 30일 노턴 보스턴 TPC에서 열렸다. 파72, 6,533야드 코스에 무겁게 내린 기상 악재 속에도 이정은은 흔들림을 보이지 않았다. 10번 홀 버디로 출발한 뒤 13번, 14번 홀에서 첫 연속 버디를 기록하고, 1번과 4번 홀에서 후반 추가 버디를 완성했다. 최종 5언더파 67타, 보기 한 번 없는 플레이였다. 순위도 전날 공동 31위에서 공동 7위(중간 합계 7언더파 137타)로 치솟았다.

이날 경기는 악천후로 세 차례나 중단되며 치열한 집중력 싸움이 벌어졌다. 선수 절반가량은 2라운드를 다 채우지 못했다. 이정은은 경기 후 “오늘 하루가 정말 길었다. 중단이 반복돼 많이 피곤했지만,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는 진솔한 소회를 전했다. 최근 2주 전 받은 새로운 레슨의 효과도 빛을 발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2라운드는 마무리되지 않아 순위 변동의 여지도 크다. 단독 선두는 중국의 미란다 왕(합계 11언더파 133타), 2위에는 마들렌 삭스트룀(9언더파 135타)이 자리했다. 김세영은 1라운드 단독 선두에서 2라운드 8언더파로 공동 3위를 유지 중이나 남은 잔여 홀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린다. 야마시타 미유, 지노 티띠꾼 등 역시 중위권에서 치열한 접전 중이다.
다른 한국 선수들의 활약도 주목된다. 최혜진과 유해란이 6언더파로 공동 13위, 박금강과 임진희가 5언더파로 공동 17위에 랭크됐다. 김아림은 4언더파로 공동 24위, 주수빈과 박성현이 3언더파로 공동 34위, 윤이나는 2언더파로 공동 56위에 올랐다. 공동 7위권 이내로 오를 최종 톱10, 그리고 커트라인의 윤곽은 잔여 경기 결과에 달려 있다.
잔여 2라운드는 31일 3라운드 시작 전 재개된다. 이정은의 상승세, 김세영의 선두 탈환 경쟁이 맞물리며 대회 우승 레이스는 더욱 뜨거워질 예정이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선수들은 비와 맞서는 시간에 조금 더 단단해진다. FM 챔피언십 3라운드는 본격적인 순위 경쟁과 함께, 31일 새벽 다시 관중의 시선을 집중시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