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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량화로 국산 반도체 확산…노타, 대전서 혁신 기업 부상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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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경량화 기술이 지역 기반 벤처 생태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AI 모델을 소형 디바이스까지 옮겨 심는 기술이 국산 AI 반도체 활용도를 높이면서, 지방 도시에서도 첨단 ICT 산업의 성장 축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업계는 대전에서 출발한 AI 스타트업 노타의 행보를 지역 혁신과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 확산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 경량화·최적화 기술 기업 노타는 채명수 대표가 2025 대전 중소·벤처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전광역시장 표창을 수상했다고 19일 밝혔다. 대전 중소·벤처기업인의 날 유공 포상은 대전 지역 벤처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기업과 경영인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으로, 기술 사업화 성과와 지역 연계 활동이 핵심 평가 요소로 꼽힌다.

채 대표는 복잡한 AI 모델을 경량화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상용화를 주도한 점을 인정받았다. 고성능 연산 자원에만 의존하던 기존 AI 모델을 다양한 디바이스로 옮겨 구동 가능하게 만들면서, 국산 AI 반도체 활용 기반을 넓히고 국내 기업들의 첨단 AI 도입을 앞당겼다는 평가다. 특히 국산 칩에 맞춘 최적화 기술을 함께 제공해, 해외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AI 인프라 구조의 체질 개선에도 기여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노타는 2015년 카이스트 연구진이 대전에서 창업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초기부터 대전에 위치한 연구기관과 지역 산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연구 성과를 실제 산업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하면서, 지역에서 성장한 AI 기업이 자본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은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노타의 핵심은 대규모 AI 모델을 다양한 디바이스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동작시키는 경량화·최적화 기술이다. 연산량을 줄이고 메모리 사용을 최소화해, 데이터센터급 서버뿐 아니라 공장 설비, 차량용 제어기, 산업용 로봇, 엣지 디바이스까지 AI를 이식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이다. 같은 성능 기준에서 연산 속도를 높이거나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어, 배터리 기반 기기나 실시간 제어가 필요한 시스템에서 강점을 갖는다.

 

특히 이번 기술은 클라우드 중심으로 구축된 기존 AI 서비스 방식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통신 지연과 네트워크 장애에 취약했던 구조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직접 데이터를 처리하는 엣지 AI 구현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제조 라인의 불량 탐지, 전장 시스템의 운전 보조, 교통 인프라의 영상 분석, 산업안전 분야의 위험 상황 감지 등 실시간성이 중요한 영역에서 활용 폭이 넓다.

 

노타는 현재 제조, 전장, 교통, 산업안전 등 전통 산업에서 AI 확산을 견인하는 동시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업 범위를 늘려가고 있다. 반도체 설계사와 장비 기업을 포함한 파트너와 함께 특정 칩 구조에 특화된 최적화 기술을 개발해, 자율주행, 로봇, 산업자동화 같은 신산업 분야로 적용 범위를 빠르게 넓히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GPU를 넘어 전용 AI 가속기와 엣지용 AI 칩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 경량화 기술 경쟁력은 칩 선택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AI 반도체 생태계는 미국과 대만 중심의 공급 구조에서 다양화를 모색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과 유럽은 자국 내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며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과 대만 역시 자국 팹과 AI 스타트업 간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산 AI 반도체의 성능을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해 줄 소프트웨어와 경량화 솔루션은 필수 요소로 여겨진다. 노타와 같은 기업이 확보한 최적화 노하우는 국내 칩의 실사용 사례를 늘려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AI 모델이 대형화될수록, 모든 계산을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는 방식이 비용과 에너지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 전송 비용과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구조에서, 경량화와 엣지 분산 처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석이다. 대전과 같은 연구도시에서 출발한 AI 경량화 기업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손잡고 기술 생태계에 참여하는 구도는, 지역 혁신과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전략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사례로 해석된다.

 

채 대표는 수상 소감을 통해 대전에서 창업해 지역 벤처 생태계와 함께 성장해 온 노타가 혁신 기업으로 평가받은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모든 디바이스에서 AI가 구동될 수 있도록 하는 AI Everywhere 비전을 제시하며, AI 대중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러한 경량화·최적화 기술이 국산 AI 반도체와 결합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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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타#채명수#ai경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