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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터널증후군 디지털헬스 주목…정밀 진단과 예측치료 경쟁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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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터널증후군이 단순 근골격계 질환을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와 신경 질환 관리의 시험대로 부상하고 있다. 야간 손 저림과 통증으로 대표되는 이 질환은 기존에는 손목 과사용 탓으로만 인식됐지만, 최근 의료계는 전신 대사질환과 자세, 생활습관을 포괄하는 복합 질환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웨어러블 센서, 자가진단 앱, 원격 모니터링을 연계한 정밀 관리 솔루션 시장이 열리는 구도다. 업계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을 둘러싼 이 같은 기술·진단·치료 통합 흐름이 향후 상지 신경질환 디지털 치료제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앞쪽의 좁은 통로인 수근관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그 안을 지나는 정중신경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는 질환이다. 정중신경은 엄지와 검지, 중지, 약지 일부의 감각과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데, 압박이 계속되면 손끝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지며 화끈거리는 느낌까지 나타난다. 의료계에 따르면 진단을 위해서는 증상 호소 시기와 양상, 수근관 부위 압통, 근력 약화 여부와 더불어 신경전도검사 등 전기생리학적 검사가 병행된다. 최근에는 병원마다 디지털 근전도 장비와 표준화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흐름도 뚜렷하다.

핵심 병태생리는 수근관 내 공간과 압력의 불균형이다. 손목을 굽히거나 젖히는 동작이 반복되면 수근관을 덮는 횡수근 인대와 주변 조직이 붓고 두꺼워지면서 정중신경 주위 여유 공간이 줄어든다. 특히 이번 질환 특성은 단순 반복 사용만이 아니라 전신 대사 이상이 함께 작용할 때 악화된다는 점이다. 김중혁 나누리병원 관절센터 부장은 당뇨병과 갑상선 기능 저하증, 류마티스 관절염 등 만성질환이 조직 부종과 염증을 유도해 수근관 내 압력을 끌어올린다고 설명한다. 거북목과 어깨 말림, 팔꿈치 굽힘 같은 상지 전체의 잘못된 정렬도 신경 긴장을 증가시켜 증상을 더 심하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헬스 관점에서는 자가 진단과 조기 발견 기술이 가장 먼저 확산할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손목터널증후군은 티넬 징후와 팔렌 검사 같은 간단한 도수 검사만으로도 상당 부분 의심이 가능하다. 손목 중앙을 두드릴 때 손끝 저림이 심해지는지, 양손 등을 맞대고 손목을 굽힌 상태를 30초 정도 유지했을 때 저림이 발생하는지 여부다. 이를 스마트폰 카메라 기반 자세 인식, 진동 피드백, 증상 설문 알고리즘과 결합해 가정에서도 일정 수준의 선별 진단을 수행하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시도도 등장하고 있다. 증상이 확인될 경우에는 정형외과 전문의 진료와 신경전도검사로 이어지는 하이브리드 진료 모델로의 연계가 관건이다.

 

치료 측면에서는 비수술 요법과 최소침습 수술이 병행되는 구조다. 증상이 초기 단계에 그칠 경우 손목 사용을 줄이고 휴식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며, 손목 보호대 착용과 약물 치료, 물리치료, 스테로이드 주사 등이 표준 옵션으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병원 내 물리치료 장비에 센서를 부착해 가동 범위, 통증 변화, 치료 반응 등을 디지털로 기록하는 시스템도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장기적으로 AI 기반 예후 예측과 맞춤 재활 프로토콜 설계에 쓰일 여지가 있다.

 

비수술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감각 저하, 근육 위축이 확인될 경우에는 수근관 유리술이 권고된다. 수근관 유리술은 수근관을 덮고 있는 횡수근 인대를 절개해 정중신경 주변 공간을 넓혀 주는 구조적 교정 수술이다. 최근에는 절개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출혈과 통증 부담을 줄였고, 국소마취만으로 가능해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수술로 자리잡고 있다. 수술 전후 신경전도검사 수치와 환자 보고 결과를 정량화해 축적하는 사례가 늘면서, 향후에는 수술 적응증을 정밀하게 선별하는 예측 모델 개발로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적으로 보면 손목터널증후군은 착용 시간과 작업 패턴이 비교적 명확한 질환인 만큼, 웨어러블 기반 근골격계 모니터링 시장의 핵심 타깃으로 인식된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스마트 워치와 스마트 밴드에 탑재된 관성 센서와 심박 변동 데이터를 활용해 손목 사용 패턴과 수면 중 각성을 분석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알람을 주는 형태의 서비스가 상용화 단계에 올라섰다. 국내에서도 키보드 타건 빈도, 마우스 클릭 패턴, 휴식 간격을 분석하는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직장인의 손목 부담을 수치화하고, 위험 단계에서 재택 물리치료 또는 병원 진료를 연계하는 시범 사업이 논의되고 있다.

 

규제와 제도 측면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 관리 솔루션이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와 건강관리 서비스의 경계에 걸쳐 있는 점이 쟁점이다. 단순한 스트레칭 안내나 생활습관 코칭은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로 분류되지만, 신경 손상 여부를 예측하거나 진단에 준하는 결론을 내리는 기능을 포함하면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관리 대상이 바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 관련 당국이 근골격계 평가 알고리즘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기준을 다듬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디지털 근골격계 솔루션을 SaMD 범주로 관리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보험 적용 범위와 수가 체계가 정리되지 않은 점도 상용화 속도를 가를 변수로 거론된다.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생활습관 관리 역시 디지털화 흐름과 맞물린다. 정중신경 압박을 줄이는 손목 스트레칭, 버티컬 마우스와 팔꿈치 받침대 같은 보조기기 사용, 업무 중 1분에서 2분가량의 주기적 휴식만으로도 손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축적되는 중이다. 동시에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를 교정해 상지 전체 정렬을 바로잡는 것이 신경 긴장 완화에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된다. 이러한 요소를 통합한 자세 교정 앱과 온라인 운동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가운데, 의료기관과 연계된 프로그램은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한 맞춤 처방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중혁 부장은 손끝 저림을 단순 피로로 치부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증상이 반복되면 조기 진단과 전문의 상담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업계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을 둘러싼 자가 진단 도구, 웨어러블 모니터링, 최소침습 수술, 재활 플랫폼이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연결될 경우, 상지 질환 전반을 포괄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한 단계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러한 기술과 서비스가 실제 의료체계와 보험 제도 안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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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터널증후군#정중신경#수근관유리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