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법정시한 준수”...여야, 2026년 예산안 오늘 밤 처리 합의
예산 편성을 둘러싼 장기 대치 끝에 여야가 마감 시한을 앞두고 손을 잡았다. 5년째 지켜지지 않던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 2026년도 예산안을 계기로 다시 지켜질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여한 회동을 열고 2026년도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을 이날 밤 12시 전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본회의는 이날 오후 4시 개의 예정이다.

여야는 정부안 총지출 규모인 약 728조원을 유지하되, 정부 원안에서 4조3천억원을 감액하고 감액 범위 내에서 같은 규모를 다시 증액하는 방식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예산 규모는 변동 없이 항목 간 조정 중심으로 이뤄지게 됐다.
쟁점이 됐던 이재명 대통령 핵심 국정과제 예산은 상당 부분 원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표 사업으로 규정하며 삭감을 요구했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과 국민성장펀드 등은 감액 없이 정부 원안대로 반영된다. 대신 인공지능 관련 지원과 정책 펀드, 예비비 등에서 일부를 줄이는 방안에 양당이 의견을 모았다.
여야는 감액 재원을 토대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분산전력망 산업 육성, AI 모빌리티 실증사업 등 미래 인프라 관련 사업과 도시가스 공급 배관 설치 지원, 국가장학금, 보훈유공자 참전명예수당 예산을 증액하기로 했다. 또 대미 통상 대응 프로그램 예산 1조9천억원을 감액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대미 투자 이행 예산 증액에 투입하는 방향에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산 부수 법안 중 최대 쟁점이던 법인세법과 교육세법 개정안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원안대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법안은 이미 관련 절차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된 상태다. 개정안은 법인세율을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하고, 수익 1조원 이상 금융·보험사에 부과되는 교육세율을 현행 0.5%에서 1.0%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은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일인 1월 1일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2026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은 이날 자정이다. 그러나 국회는 그동안 관행처럼 법정 시한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해 왔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가 도입된 뒤에도 법정 시한을 맞춘 해는 2014년과 2020년 두 차례뿐이었다. 여야 합의대로 이날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면 제도 도입 이후 세 번째, 5년 만의 법정시한 준수 사례가 된다.
다만 정부의 계수조정, 시트 작업 등 추가 조율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본회의 표결은 자정 직전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막판 변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국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각기 다른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법정 시한 준수에 의미를 부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된다”며 “5년 만에 예산을 법정 기한 내에 처리하게 된 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중요한 건 집행”이라며 “국민이 체감하는 예산, 국민의 삶을 바꾸는 예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생예산이 중요하기에 예산안을 기한 내 처리하기 위해 대승적으로 합의했다”며 “저를 비롯해 우리 의원들 모두 아쉬움이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수당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지금처럼 소수당을 전혀 배려하지도 존중하지도 않고 일방적 폭거를 일삼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하며 협상 과정의 부담을 토로했다.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이 이날 밤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내년 초부터 각 부처는 확정된 재원 배분에 맞춰 세부 집행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게 된다. 정국은 당분간 예산 집행 성과와 법인세·교육세 인상에 따른 경제적 영향,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 추진 속도를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예산 정국을 마무리한 뒤 다음 회기에서 민생 법안과 정치개혁 과제를 둘러싼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