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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태아 출산 위험성 재조명…학회, 단일배아 이식 확대 주문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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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태 임신이 산모와 태아 모두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고위험 요인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이 늘면서 쌍둥이 이상 다태아 출산 비율이 17년 사이 두 배 이상 치솟았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전문 학회들은 조산과 뇌성마비, 임신중독증 등 합병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을 근거로, 다태 임신을 줄이기 위한 난임 치료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학회 팩트시트 발표가 향후 보조생식 분야에서 단일배아 이식 중심 치료로 흐름을 재편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와 대한보조생식학회는 최근 서울대 의학도서관에서 열린 제13차 대한모체태아의학회 연구심포지엄 내용을 정리한 공동 팩트시트를 20일 공개했다. 두 학회는 고위험 산모·태아 진료와 난임·체외수정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로, 결혼 및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시험관 임신을 시도하는 부부가 급증했고, 그 결과 국내 다태 임신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쌍둥이 이상을 임신하는 다태 임신은 통계상 소수지만, 산과적으로 매우 중요한 고위험 요인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다태아 출산율은 오히려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출생아 중 다태아 비율은 2007년 2.7퍼센트에서 2023년 5.5퍼센트로 17년간 두 배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일본은 2.21퍼센트에서 2.04퍼센트, 미국은 3.37퍼센트에서 3.14퍼센트로 소폭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학회는 이 수치 상승이 시험관 아기 시술을 포함한 보조생식술 이용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분석했다.

 

자연 임신에서 쌍둥이 출산 확률은 약 1퍼센트 수준으로 낮다. 그러나 시험관 시술에서는 배아를 여러 개 이식하는 관행 탓에 다태 임신 확률이 25퍼센트에서 30퍼센트까지 치솟는다.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배아 수를 늘리는 전략이 다태 임신을 구조적으로 만들어 내는 셈이다. 두 학회는 이런 치료 패턴이 산모와 신생아에게 중대한 부담을 야기하고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태 임신이 위험한 이유는 산모와 태아 모두에서 합병증 발생률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쌍둥이 임산부의 조산 위험은 60퍼센트 이상으로 보고되며, 조산은 발달 지연과 뇌성마비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꼽힌다. 구체적으로 쌍둥이 임신은 단태 임신보다 조산 및 조기 진통 위험이 6배, 임신중독증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한다. 세쌍둥이 임신의 임신중독증 위험은 단태 임신 대비 9배에 이른다. 산후출혈 위험과 혈전성 질환 위험 역시 각각 약 3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임신과 출산 과정의 의학적 위험 부담뿐 아니라, 출산 후 육아 스트레스와 경제적 부담 역시 단태아 가정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아와 신생아 측 위험도 크다. 쌍둥이는 절반 이상이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나고, 세쌍둥이는 90퍼센트가 조산 또는 저체중 출생으로 분류된다.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 비율을 보면 쌍둥이는 약 25퍼센트, 세쌍둥이는 75퍼센트에 달해 의료 자원 소모와 가족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신경학적 후유증 위험도 상승한다. 뇌성마비 발생 위험은 단태아 대비 쌍둥이가 4배, 세쌍둥이는 18배까지 올라간다. 다태 임신에서 선천성 기형 발생 위험도 통계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계는 다태 임신 위험을 낮추는 핵심 전략으로 단일배아 이식 확대를 제시한다. 최근 배아 배양과 동결, 착상전 유전진단과 같은 보조생식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굳이 여러 개의 배아를 한 번에 이식하지 않더라도 누적 임신 성공률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단일배아 이식은 한 차례 시술에서 1개의 배아만 자궁 내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쌍둥이 이상 임신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접근이다.

 

서창석 대한보조생식학회 회장은 산모 나이에 따라 2개에서 3개의 배아를 이식해 임신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관행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보조생식술의 궁극적 목표는 건강한 단태아 출생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아 동결 및 배양 기술 발전과 착상전 유전진단, 배아 선택 알고리즘 고도화가 단일배아 이식의 근거를 한층 강화하고 있으며,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통해 단일배아 이식이 누적 임신율을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다태 임신을 효과적으로 줄인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학회는 시험관 시술 시 배아 이식 개수를 정할 때 산모의 나이와 배아의 질, 과거 임신력, 쌍둥이에 대한 수용 정도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동시에 다태 임신으로 진단된 산모의 경우 고위험 산모 전문 의료진이 있는 의료기관에서 정기적인 검진과 집중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산 예방을 위한 자궁경부 길이 모니터링, 혈압과 단백뇨 관리, 혈전 예방 전략 등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다태 임신을 둘러싼 정책과 제도 논의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다태 임신으로 인한 산모·태아 위험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일배아 이식 권고 지침을 강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역시 저출산 대응을 위해 난임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지원 기준과 임상 가이드라인에 다태 임신 최소화 원칙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다태 임신에 따른 조산 치료와 장기 재활 비용이 크기 때문에, 예방 중심 보조생식 전략을 촉진하는 정책 유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중신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은 다태 임신이 조산과 발달 지연, 뇌성마비 등과 연관된 중요한 고위험 요인인 만큼 예방적 접근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팩트시트가 국내 다태 임신의 현황과 위험성을 임신 준비 단계의 부부와 난임 치료를 고민하는 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자료가 되기를 기대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난임 부부의 임신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건강한 단태아 출생을 중심축으로 한 보조생식 패러다임 전환이 실제 진료 현장과 제도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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