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에 총력 동원”…일본 라피더스, 대규모 출자·융자에 재무 부담 완화 기대
현지시각 기준 12일, 일본(Japan)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대한 대규모 민관 금융 지원 구상이 공개되면서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 전략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자금난 우려 속에 완성차·전자·에너지 등 민간 기업과 3대 은행이 추가 자금 투입을 검토하면서, 일본의 첨단 공정 국산화 구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혼다, 후지쓰, 캐논, 교세라, 후지필름홀딩스, 홋카이도전력 등 20여개 일본 기업이 라피더스 출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들 기업은 라피더스가 추진 중인 자금 조달 과정에 맞춰 출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각 사의 투자 규모는 5억엔에서 200억엔 수준으로 거론된다. 라피더스는 늦어도 올해 안에 출자 조건 협의를 마무리하고, 내년 3월 이전 실제 자금 납입을 받는 일정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피더스는 2022년 일본 반도체 산업 재건과 최첨단 공정 내재화를 내걸고 설립된 기업이다.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등 일본 주요 대기업 8곳이 같은 해 총 73억엔을 출자하며 회사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20여개 기업이 새로 합류할 경우 출자 참여 기업은 약 30곳으로 늘어나고, 민간 자본 조달 여력도 눈에 띄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출자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라피더스의 재무 부담이 완화되고, 대규모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추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금 조달 확대 움직임은 금융권에서도 병행되고 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등 일본 3대 대형 은행은 라피더스 측에 조건부 대출 의향을 전달했다. 이들 은행은 2027년 4월 이후 라피더스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2조엔을 융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부 조건과 실제 실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계획이 실현될 경우 라피더스의 중장기 투자 자금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줄 수 있는 규모로 평가된다.
라피더스는 일본 북부 홋카이도 지토세에 첨단 공정 생산 거점을 조성 중이다. 이미 지토세에 공장을 착공한 상태이며, 2028년 3월 이전 2나노미터급 반도체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같은 지역에 제2공장 건설을 추진해 2029년 이후 1.4나노미터급 제품 생산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선도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는 최첨단 미세 공정 영역에 일본이 다시 진입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를 국가 전략 사업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라피더스에 제공하기로 한 지원금은 약 2조9천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라피더스는 공장 건설, 연구개발, 설비 투자를 포함해 2032년 4월까지 약 7조엔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산하며, 이 가운데 1조엔은 민간 기업 출자를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 신규 출자 논의와 3대 은행의 조건부 대출 구상은 이러한 자금 조달 목표를 맞추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거론된다.
일본 내에서는 정부 보조금과 민간 자본, 대형 은행 융자가 동시에 확대될 경우 라피더스의 사업 지속 가능성과 기술 개발 여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USA)과 중국(China)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 안보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일본이 최첨단 공정 분야에서 일정한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변국에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출자 참여 기업의 급증이 지배 구조 측면에서 새 과제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주 수가 크게 늘 경우 라피더스의 지배 구조가 복잡해지고, 주요 투자와 경영 전략에 대한 의사 결정이 지연될 위험을 언급했다.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빠른 의사 결정을 요구받는 첨단 반도체 산업 특성상, 지분 구조 확대와 거버넌스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 향후 중요한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와 민간, 금융권이 총력 지원에 나선 라피더스 프로젝트가 실제로 2나노, 1.4나노급 양산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기술 경쟁력 확보와 경영 구조 정비, 장기 수익성 확보라는 복합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일본 반도체 부활 전략의 성패를 가를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투자 확대 계획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