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10점 화살”…최용희, 1점 승부로 세계선수권 동메달→한국에 첫 메달 안겼다
화창한 햇살과 무거운 침묵이 서로를 밀어냈다. 광주 국제양궁장,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운 결전의 순간이었다. 마지막 5엔드 세 번째 화살이 10점 과녁을 꿰뚫자 관중석에 묘한 설렘이 감돌았다. 최용희는 찰나의 집중으로 146-145, 단 1점 차 승리를 거둬 한국 대표팀에 올 시즌 첫 메달을 가져왔다.
8일 펼쳐진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남자 컴파운드 개인전 3위 결정전. 현대제철 소속 최용희는 미국의 커티스 브로드낙스를 상대로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 초반 1엔드에서 2점, 2엔드까지도 1점 차로 뒤졌지만, 끝내 흐름을 반전시켰다. 마지막 5엔드 세 번째 화살, 10점 만점의 명중과 함께 승부가 극적으로 뒤집혔다.

최용희는 이번 대회 남자 컴파운드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4강에 진출했다. 단 한 명의 메달 가능성이 남은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대표팀에는 더욱 값진 기쁨이었다. 지난 2019년 스헤르토헨보스 대회 이후 6년 만에 한국 컴파운드 대표팀이 세계선수권 메달을 품에 안았다. 직전 메달리스트는 현대제철의 김종호였다.
4강 문턱에서는 아쉬움도 남았다. 프랑스의 니콜라 지라르와의 준결승에서 149-149로 정규엔드를 마치고 연장 슛오프에 돌입했다. 두 선수 모두 15발 가운데 14발을 10점에 꽂으며 숨 막히는 승부를 펼쳤다. 슛오프에서 최용희는 9점, 지라르는 10점을 기록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마지막 3·4위전에서 집중력으로 값진 메달을 일궈냈다. 8강에서는 튀르키예의 야기즈 세즈긴을 148-147, 또 한 번의 1점 차로 무너뜨리며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편 이번 대회 여자 개인전에서는 한승연과 소채원이 32강에서, 심수인은 2회전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남자, 여자, 혼성 단체전 세 종목 모두 6일 조기 탈락의 고배를 마셨기에, 이번 동메달의 의미는 더 크게 다가왔다.
비 온 뒤처럼 맑게 갠 광주 하늘 아래, 컴파운드 대표팀에게 남은 이야기는 작은 빛으로 익어갔다. 궂은 결실이라도 희망의 단서가 돼준다. 세계무대에서 묵묵히 기록을 쌓아가는 선수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는 오는 9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