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통위는 미디어 대응 기구"…김종철, 정치논란 넘는 규제 구상 주목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방송·통신 규제 체계의 재편을 압박하는 가운데,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방미통위 출범의 법적 정당성과 향후 규제 방향을 둘러싼 정치공방 한가운데서도 “미디어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입법 절차”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뉴미디어까지 아우르는 통합 규제 기구로서 어떤 역할을 설계하느냐에 IT·미디어 산업의 이해가 집중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방미통위 설치 과정이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축출하기 위한 위인설법이자 특정인을 겨냥한 처분적 입법이라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 절차”라고 선을 그었다. 방미통위 출범의 법적 정당성과 제도적 정합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지만,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은 규제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미디어 정책을 재정비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 셈이다.

이날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방미통위 설치법 부칙 4조를 언급하며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를 사실상 해체하고 새로운 기구를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배제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특정 상황과 인물을 겨냥한 처분적 입법으로 제도 설계가 이뤄졌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기관 구성 변경을 통해 기관장의 임기가 변경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며 선행 사례 존재를 상기시켰다. 이어 “해당 사안은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헌법재판소에서 현명하게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법적 쟁점은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귀결될 사안인 만큼, 위원장 후보자로서 법률 다툼의 득실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보다 행정 집행과 정책 설계에 무게를 두겠다는 인식으로 읽힌다.
방미통위와 기존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차이를 묻는 질의에 대해서는 미디어 산업 구조 변화를 전제로 한 통합 규제 기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후보자는 “미디어 통합 환경에 대응해 방송통신 중심의 기능에 유료방송과 뉴미디어 관련 업무가 결합된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지상파·케이블 중심의 규제 구조에 더해,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유료방송과 뉴미디어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조직 체계로 확대 개편되는 것이 핵심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특히 “향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영역까지 포함하는 통합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외에서 넷플릭스, 유튜브, 국내 OTT 사업자 등 글로벌·로컬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유료방송과 뉴미디어 간 규제 형평성 논쟁이 거세지고 있는 현실을 의식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산업계에서는 전송망 이용 대가, 망 중립성, 콘텐츠 규제 기준과 같은 민감한 이슈들이 향후 방미통위 논의 테이블에서 다시 조정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조직 운영 철학과 관련해 김 후보자는 “대화와 타협의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며 산적한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뉴미디어 규제의 접점에서 정부 부처, 사업자, 시청자·이용자 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광범위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특정 이해당사자의 요구만 반영하는 방식으로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의식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정치적 편향성을 둘러싼 질문도 이어졌다. 이상휘 의원은 김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을 언급하며 이른바 폴리페서 논란을 제기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정치적 소신을 가지고 학자로서 활동해 온 것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정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혀 온 것이 폴리페서의 정의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다만 특정 정치 집단에 의해 객관성을 잃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도록 노력해 왔다”고 선을 그었다.
헌법학자로서 행정기관을 이끌 때 마주할 수 있는 현실적 저항과 조직 장악력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김 후보자는 “열심히 할 각오로 나왔다”고 답하며 직접적인 정치 공방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헌법과 법치 행정을 중시하는 학자 출신 수장이 규제 기관을 맡을 경우, 규제 강도와 절차적 정당성 확보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택할지에 대해 IT·미디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논쟁에 방미통위가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방미통위가 구조적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쟁에 매몰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김 후보자의 위원장으로서 역할 인식을 물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사장 인선, 편성 독립성 보장 등 이슈는 그간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돼 온 정치 쟁점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정치적으로 휘발성이 큰 사안도 있지만, 정책을 초월해 국가적 이익을 우선해야 할 사안이 있다”며 “정치적 요소가 정책적 판단을 과도하게 압도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방미통위의 정책 우선 순위를 정치 갈등 이슈보다 산업 경쟁력과 이용자 보호, 공공성 강화 같은 중장기 과제로 두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방송·통신·뉴미디어를 묶는 통합 규제 기구의 출범은 IT·바이오를 포함한 디지털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데이터 트래픽, 네트워크 투자 부담, 글로벌 플랫폼과 국내 사업자 간 규제 비대칭 등 복합 현안이 제도 변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앞으로 방미통위가 어떤 규제 원칙과 집행 기준을 제시할지, 또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쟁을 넘어 플랫폼 시대 미디어 규제의 새 틀을 구축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