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보유 못하면 국내 핵무장 여론 커질 수 있다" 조현, 재래식 핵추진잠수함 필요성 강조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둘러싼 안보 불안과 국내 핵무장론이 맞붙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한국의 재래식 무장 원자력 추진잠수함, 이른바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향후 안보정책 논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조 장관은 12일 서울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한국국제정치학회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필요성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고 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까지 확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재래식 무기를 탑재하는 핵추진잠수함을 통해 남북 간 '핵-재래식 전력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전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국내에서 독자 핵무장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능력을 보유하지 못해 균형이 깨질 경우 오히려 국내 핵무장 여론이 더욱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력과 잠수함 전력 강화가 한국 정치권 내 핵무장론 재점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또 핵추진잠수함 전력의 장기적 의미도 강조했다. 조 장관은 "우리의 핵추진잠수함은 앞으로 수십년간 운용될 자산이라는 점에서 미래 안보 환경에 대비한다는 의미도 크다"며 "해양 안보라는 국제 공공재 수호에도 더욱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추진잠수함을 한반도 방어뿐 아니라 해상교통로 보호 등 국제 안보 기여 수단으로도 규정한 셈이다.
조 장관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확보 논의가 국제 비확산 체제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정부가 관련 논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제 비확산 규범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우리가 비확산 규범을 준수하며 자체 안보 역량을 강화할수록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유능한 동맹 파트너가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핵추진잠수함 추진과 한미동맹 강화가 양립 가능하다는 논리다.
연설에서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도 함께 거론됐다. 조 장관은 "원자력 5대 강국인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원전에 들어가는 저농축 우라늄을 오로지 수입에만 의존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 가동 이후 발생 되는 사용후핵연료의 저장공간이 조만간 한계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도 긴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가 핵무기 개발 능력 확대와 연결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조 장관은 선을 명확히 그었다. 그는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가 "에너지 안보를 위한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소위 '핵 잠재력' 추진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사용후핵연료 관리라는 실질적 수요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대북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도 조 장관은 중장기 구상을 내놨다. 그는 "비록 올해 남북 관계에 진전이 없었지만, 지난 6개월간 외교 성과를 토대로 국력을 결집해 2026년은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본격화하는 한 해로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핵추진잠수함과 에너지 안보 논의를 병행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남북대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핵추진잠수함 추진 필요성 언급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필요성 제기는 국회와 정치권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국회는 관련 예산과 제도적 뒷받침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수 있고, 정부는 국제 비확산 규범과의 정합성, 동맹국과의 협의 과정을 지켜보며 정책 추진 강도를 조율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