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레커 정조준…방미통위, 해외플랫폼 규제 강화 시사
사이버레커 문제를 둘러싼 규제 논의가 온라인 플랫폼 산업 전반의 거버넌스 재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인과 연예인 등 유명인을 상대로 한 악의적 편집 영상과 허위사실 유포가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플랫폼에서 수익 모델로 고착되면서, 기술 플랫폼을 단순 중개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다시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회 청문회 발언을 계기로 정부와 입법부가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와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지, 디지털 생태계 규칙이 재설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플랫폼 규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12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이버레커와 관련된 규제 방향을 묻는 질문에 공공질서와 이용자 인격권을 훼손하는 온라인 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이버레커는 검색 알고리즘과 추천 시스템을 겨냥해 자극적인 제목과 편집으로 트래픽을 극대화하고 광고 수익을 올리는 콘텐츠 생산자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최근에는 특정 인물의 사생활과 의혹을 지속적으로 재편집해 유포하는 계정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질의를 진행한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국내법 준수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범죄 혐의 콘텐츠 게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명예훼손이나 허위조작 정보 피해를 당한 이용자의 구제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계정 식별 정보와 로그를 요청해도, 일부 해외 사업자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이러한 구조가 피해 확산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국회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황 의원의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실제 현장에서 해외 플랫폼으로부터 이용자 정보 제공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플랫폼 사업자는 공익질서 유지에 기여하고 각국의 법 질서에 순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대리인 제도를 활용한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재의 느슨한 책임 구조를 조정해 실효성 있는 집행 체계를 만드는 방향에 무게를 실었다. 국내대리인 제도는 국내에 본사가 없는 해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한국 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해 행정명령 전달과 자료 제출 요구 등을 수행하게 하는 장치다.
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단순 통지 창구를 넘어, 불법 유해 정보에 대한 시정 조치 이행 책임과 이용자 정보 제공 의무를 어디까지 부과할지에 대한 기술적·법적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플랫폼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경우에도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성착취물 유통과 관련된 로그와 콘텐츠 삭제 기록을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지, 데이터 보존 기간을 얼마로 설정할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 규범과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수사와 민사 소송에 필요한 증거 확보를 지원하는 기준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이버레커 문제의 본질은 플랫폼 사업자의 알고리즘 설계와 수익 구조에도 맞닿아 있다. 클릭률과 시청 지속 시간을 기반으로 광고를 배분하는 구조에서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상위 노출되기 쉽다.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과 자동 필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신고와 삭제가 뒤따르기 전까지 허위 정보와 명예훼손성 영상이 빠르게 복제돼 확산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국내 규제당국이 사이버레커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할 경우,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와 추천 시스템의 위험도 평가 의무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온라인 불법 유해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 책임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이미 본격화됐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서비스법을 통해 대형 플랫폼에 대해 불법 콘텐츠 신속 제거, 위험도 평가, 알고리즘 설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빅테크 기업의 면책을 규정한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 논의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으며, 특정 유형의 불법 콘텐츠에 대해서는 플랫폼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에서 국내대리인 제도 강화와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규범 흐름과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국내 플랫폼과 해외 사업자 모두에게 중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다만 표현의 자유와 감시 강화 우려도 함께 제기될 수 있다. 사이버레커와 악의적 콘텐츠를 규율하기 위해 플랫폼 책임을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정치적 비판이나 공익 제보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알고리즘이 잠재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비판적 콘텐츠 전반을 소극적으로 노출하는 이른바 과잉 삭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명예훼손과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고, 사전 검열이 아닌 사후 책임 구조를 중심으로 설계를 조정하는 방향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김 후보자는 국회와의 협력을 강조하며, 입법부가 관련 법제 정비에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방통위 차원에서는 국내대리인 제도를 비롯한 현행 규제 도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국회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플랫폼 책임 범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업계와 시민단체, 법조계는 사이버레커 근절이라는 목표와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보호 간 균형이 향후 플랫폼 규제 체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새로운 규제가 실제 시장에 안착해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