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오프의 승부사”…김우진, 김제덕 결승 이끌다→한국 남자 양궁 기적의 드라마
비 내릴 듯 낮게 드리운 회색 하늘 아래, 활의 팽팽한 긴장감이 광주 국제양궁장을 휘감았다. 김우진과 김제덕, 이우석으로 이뤄진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이 명중의 순간마다 벤치와 관중석을 숨죽이게 하는 가운데, 단 한 발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특히 마지막 슛오프 상황에서 터진 환호는 묵직한 감정과 긴 여운을 남겼다.
9일 치러진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남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한국 대표팀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5-4(57-56 55-58 54-58 57-54 30-28)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흔들렸던 중반에도 김우진의 침착한 샷과 김제덕, 이우석의 안정적인 에이스 역할이 조화를 이루며 극적인 슛오프 승부사 기질을 드러냈다. 세트스코어 2-2로 팽팽히 맞선 끝, 최종 30-28 슛오프 승리로 은메달 2개를 확보했다.

대표팀은 10일 5·18 민주광장 특설경기장에서 브라질을 완파한 미국과 금메달을 두고 격돌한다. 상대 미국은 세계랭킹 1위 브레이디 엘리슨이 선봉에 서고, 한국의 김우진은 이미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엘리슨을 눌렀던 기억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결승전은 세계 정상급 실력이 맞부딪칠 명승부로 관심을 모은다.
양궁 대표팀은 혼성 단체전에서도 남다른 저력을 보였다. 김우진과 안산 조는 독일을 상대로 5-3(38-38 37-37 38-38 40-36)으로 준결승 고지를 밟았다. 결승 상대는 일본을 꺾은 스페인으로, 또 한 번 뜨거운 올림픽 리턴매치가 예고된 셈이다. 두 종목 모두 결승 진출로 이미 은메달을 확보, 광주의 함성 위로 태극기가 높이 휘날렸다.
반면, 여자 대표팀은 아쉬움 속 동메달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안산, 강채영, 임시현이 포진한 여자팀은 준결승에서 대만에 4-5(56-57 56-54 56-53 52-53 27-28)로 한 점 차 석패를 기록, 10일 인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세계선수권 사상 세 번째 결승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과 응원의 목소리가 엇갈리는 밤이다.
경기장이 뿜어냈던 숨결과 선수들의 땀방울은 이날 광주에 또 한 번 울림을 안겼다. 양국의 자존심을 건 명경기, 한 발 한 발에 실린 간절함은 여전히 이어진다. 결승전은 10일, 광주 5·18 민주광장 특설경기장에서 뜨거운 함성 속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