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70 대 30 체제 전쟁"…장동혁, 지방선거 경선룰 강행에 당내 중도 확장론과 충돌
당원 중심 경선룰을 둘러싼 갈등이 국민의힘 안에서 정면 충돌 양상을 보였다. 지방선거 승리 전략을 어떻게 설계할지, 장동혁 대표 체제가 당심 결집에 더 무게를 싣자 중도 확장론을 내세운 의원들과 기초자치단체장들이 공개 반발에 나섰다.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내년 6월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현행 50 대 50에서 70 대 30으로 높이는 안을 추진 중이다. 경선 결과를 당심 70퍼센트, 국민 여론조사 30퍼센트로 가는 방향으로 굳히면서 계파와 무관한 외연 확장형 인물보다 조직 기반이 강한 후보에게 유리한 구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방선거총괄기획단 대변인인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현역 시장·군수·구청장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심 반영 70퍼센트 상향 추진과 관련한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7 대 3 비율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가 국민 정서와 민심을 최대한 반영해야 된다는 것과 동시에 취약한 당세를 확장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며 "당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도 이번 선거의 최대 과제"라고 부연했다.
장동혁 대표도 같은 날 경북 구미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획단 안에 대해 사실상 힘을 실었다. 장 대표는 "저는 그동안 당 대표로서 당성을 강조해왔고 당원 권리를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제한 뒤 "그런 차원에서 기획단에서 그런 안을 제안한 것 같고, 여러 의견을 잘 담아내서 기획단에서 잘 결정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21일 기획단이 7 대 3 상향안을 내놓은 뒤에도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당심 확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장 대표는 전날 "새로운 체제 전쟁을 해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에도 "체제가 무너지는데 제1야당으로서 입을 닫는다면 보수정당의 존재 의의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지층 결집을 전면에 내세운 체제 경쟁론을 통해 지방선거를 정권 심판이 아닌 진영 대결 구도로 끌고 가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중도층 확장을 중시하는 당내 인사들은 즉각 제동을 걸었다. 인천 동·미추홀을을 지역구로 둔 5선 중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지방선거는 국민이 직접 표를 행사하는 민의의 경쟁장인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라고 적었다. 그는 "당원 투표 비율 상향은 재고돼야 한다"고 밝히며 지도부와 기획단을 동시에 겨냥했다.
경기 지역 초선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룰 방향 전환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당원 1인 1표제라는 폐쇄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일수록 국민의힘은 유권자 지향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지층을 보는 정치가 아니라 열린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0퍼센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심을 확대하는 대신 국민 여론 비중을 크게 높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장 대표의 노선과 정반대 방향이다.
지방선거 기획단 회의에 참석한 일부 기초자치단체장들도 공개 발언을 통해 우려를 제기했다. 최진봉 부산 중구청장은 회의에서 "민주당처럼 개딸당이 될 게 아니라 민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이 권리당원 권한을 강화하면서 계파 정치가 심화됐다는 평가를 국민의힘이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회의에선 당원 비중 조정보다도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더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일부 단체장들은 "지방선거 특성상 지역 민심을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일각에서는 당심 비율이 높아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비당권파 중진이나 외부 인사와의 전략적 연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수도권과 광역 대도시에서는 국민 여론조사 비중이 줄어들 경우, 당내 조직 기반이 약하지만 중도층 호감도가 높은 인사들의 공천 가도가 좁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기현 대표 체제 때부터 수도권 선거를 이끌어 온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와 무당층을 향해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견해를 재차 밝혔다. 여기엔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확인된 수도권 민심의 이탈을 지방선거에서라도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경선룰 변경은 절차적으로도 민감한 문제다. 당규 개정 사안인 만큼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임전국위원회 개최를 의결한 뒤, 상임전국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 다만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에 경선 방식을 위임하는 방식도 가능해 지도부가 어느 경로를 택할지에 따라 당내 논쟁이 한 번 더 불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이날 회의에서 청년 인재 영입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당협별로 청년 1명 이상 공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청년 공천 확대 카드로 경선룰 논란을 어느 정도 상쇄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상임전국위원회 소집 여부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병행해 검토하며 경선룰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여야 모두 지방선거 준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선거구 조정과 함께 지방선거 관련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