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맥으로 확장한 크래프톤 애플 쇼케이스서 플랫폼 전략 부각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가 애플의 그래픽 기술을 앞세워 맥 플랫폼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크래프톤은 애플이 국내에서 처음 개최한 애플 게임 쇼케이스 서울 무대에서 인조이 맥 버전을 시연하며 기술 성능과 플랫폼 확장 전략을 동시에 드러냈다. 인조이는 이미 PC를 중심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맥과 향후 콘솔까지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전환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체류 시간과 과금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애플 실리콘과 메탈 기반 최적화 사례가 국내 게임사의 그래픽 파이프라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크래프톤은 2일 애플 게임 쇼케이스 서울에서 인조이 맥 버전의 시연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행사는 애플이 한국에서 처음 연 게임 쇼케이스로, 맥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 자사 디바이스의 게이밍 역량을 부각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크래프톤은 이 무대에서 인조이의 실제 플레이 환경을 공개하며 고성능 맥 환경에서 구현되는 그래픽 품질과 프레임률을 강조했다.

인조이 맥 버전은 올해 8월 애플 맥 앱스토어와 스팀을 통해 출시됐다. 크래프톤은 유럽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 2025에서 이 버전을 처음 선보이며 글로벌 이용자 대상 검증에 나선 상태다. 회사 측은 인조이를 애플 실리콘 기반 환경에 맞게 최적화해, 기존 PC 버전에서 구현해온 방대한 커스터마이징과 시뮬레이션 요소를 맥에서도 동일한 수준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 기반 기술은 애플의 그래픽 API인 메탈이다. 인조이 맥 버전은 메탈을 활용해 GPU 자원을 직접 제어하고, 연산 과정을 효율화해 높은 프레임률과 반응성을 확보했다. 단순 해상도 향상을 넘어, 복잡한 도심 환경과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동시에 구현되는 상황에서도 프레임 드랍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특히 메탈 FX 업스케일링을 적용해, 상대적으로 낮은 내부 렌더링 해상도에서도 고해상도에 준하는 화면을 구현하고, 성능 여유분을 물리 연산과 AI 기반 NPC 행동 패턴 등에 배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애플 M3 및 M4 칩에서 지원되는 하드웨어 가속 레이트레이싱도 인조이 맥 버전에 적용됐다. 레이트레이싱은 빛의 경로를 물리적으로 계산해 반사, 굴절, 그림자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기술로, 인조이의 도시 공간과 실내 인테리어, 야간 조명 등에서 시각적 몰입도를 크게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여기에 HDR 출력까지 지원하면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갖춘 맥 환경에서 색 표현력과 명암비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튜닝이 이뤄졌다.
사용 가능한 기기 스펙 기준도 제시됐다. 인조이 맥 버전은 애플 실리콘 기반의 M1 칩 이상과 16GB 이상의 통합 메모리를 갖춘 맥에서 구동된다. 사실상 최근 몇 년간 출시된 중상급 이상 맥 제품군을 겨냥한 구성으로, 고사양 PC를 요구하는 대형 시뮬레이션 게임을 맥 생태계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스펙 제한은 보급형 기기 이용자에는 진입 장벽이 될 수 있어, 향후 그래픽 옵션 세분화나 경량 모드 도입 여부도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수 있다.
크래프톤의 플랫폼 전략도 병행해 드러났다. 김형준 인조이스튜디오 대표이사 겸 인조이 총괄 디렉터는 애플의 기술 지원과 협업을 바탕으로 맥 환경 최적화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맥 버전에 새로운 업데이트를 지속 적용하고, 내년에는 플레이스테이션5 버전을 발매해 글로벌 이용자들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인조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PC와 맥, 콘솔을 묶는 멀티플랫폼 구조가 구축될 경우, 국가별로 선호하는 하드웨어가 다른 콘솔 시장에서도 이용자 풀을 넓힐 여지가 생긴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애플 실리콘 최적화와 메탈 기반 개발은 점차 필수 과제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게임사는 이미 맥 버전을 별도 제공하거나, 클라우드 게이밍과 연계해 맥 이용자 저변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 인조이 사례는 국내 대형 게임사가 애플 생태계에 본격 대응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레이트레이싱과 HDR 등 고급 그래픽 옵션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 단순 포팅이 아닌 플랫폼 특화형 개발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다만 수익성과 개발 비용의 균형은 숙제로 남는다. 맥 전용 최적화와 콘솔 버전 개발에는 추가 인력과 시간이 수반된다. 국내 시장에서 맥 기반 게이머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래프톤의 전략은 사실상 글로벌 유저 베이스를 겨냥한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하다. 업계에서는 인조이 같은 라이브 서비스형 타이틀이 멀티플랫폼 업데이트를 통해 수명을 장기화하고, 유통 채널과 결제 구조를 다각화할 경우 중장기 수익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 게임 쇼케이스 서울을 계기로 국내 개발사의 맥 대응이 가속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인조이 맥 버전처럼 메탈과 애플 실리콘을 활용한 고사양 게임이 늘어날수록, 애플 역시 국내 시장에서 게임 중심 하드웨어 마케팅을 강화할 여지가 크다. 산업계는 크래프톤의 인조이 사례가 멀티플랫폼 전략의 성과를 입증하며 실제 매출과 이용자 지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