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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정보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조태용 전 국정원장, 정치관여·직무유기 첫 재판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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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내란·외환 의혹 수사가 국가정보원 수장 책임 공방으로 번졌다. 당시 국가정보원장이었던 조태용 전 원장을 상대로 한 형사 재판이 시작되면서, 비상 상황에서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과 국회 보고 의무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 류경진 부장판사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15일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의 정치 관여 금지 의무를 규정한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와 직무 유기 혐의 전반에 대해 심리 방향과 쟁점을 정리할 예정이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심리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와 증인 채택 등 입증 계획을 조율하는 절차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조 전 원장이 실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조 전 원장은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의해 지난달 28일 구속기소됐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전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에 따르면 조 전 원장은 계엄 선포 이후에도 관련 정보 보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으로부터 계엄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추적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음에도, 이를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다.

 

검찰과 특검 측은 국가 안전 보장과 직접 연관된 계엄 관련 정보를 국가정보원장이 미리 알고 있었던 만큼, 국회에 즉시 보고해야 할 법적 책임이 존재했다고 판단한다. 국정원장이 국회에 대한 정보 보고 의무를 규정한 관련 조항에 비춰볼 때, 조 전 원장의 행위는 직무를 방기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입장이다.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시 홍장원 전 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가정보원 폐쇄회로 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 행위가 국가정보원법상 명시된 정치 관여 금지 의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보고 있다. 특정 정당에만 내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향후 재판에선 조 전 원장이 언제, 어떤 경로로 비상계엄 관련 정보를 인지했는지, 그리고 국회 보고 의무를 어떻게 인식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울러 계엄 당시 국정원 내부 보고 체계와 청와대 및 여야 정치권과의 정보 교류 실태도 법정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선 조 전 원장 재판이 본격화할 경우 12·3 비상계엄 정국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다시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국정원과 군, 청와대의 역할을 둘러싸고 상반된 해석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며, 정국 경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선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관련 증거와 증인 채택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증인 신문과 피고인 신문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는 재판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계엄 관련 제도 보완과 정보기관 통제 장치에 대한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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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국가정보원#12·3비상계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