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러 군용기 9대 KADIZ 진입 1시간…우리 군 전투기 긴급 대응
군용기 진입을 둘러싼 안보 긴장과 합동참모본부의 대응이 다시 한반도 상공에서 격돌했다. 중 러 연합훈련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방공식별구역 KADIZ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반복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2월 9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9대가 이날 오전 동해와 남해 상공 KADIZ에 진입했다가 이탈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진입 시간은 오전 10시경이었으며, 약 1시간가량 KADIZ에 머물렀다. 다만 영공 침범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합참은 보도자료에서 "오늘 오전 10시께 러시아 군용기 7대와 중국 군용기 2대가 동해 및 남해 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 후 이탈했으며, 영공 침범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군은 중국 및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식별했으며, 공군 전투기를 투입해 우발상황에 대비한 전술조치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공군이 사전 감시와 출격을 통해 충돌 상황을 차단했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합참에 따르면 KADIZ에 진입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폭격기와 전투기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러시아 군용기 4대와 중국 군용기 2대는 중 러 연합훈련 참가 전력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러시아 군용기는 울릉도와 독도 쪽 KADIZ에 진입했고, 중국 군용기는 이어도 쪽 KADIZ를 진입했다"며 "양국 군용기는 대마도 인근 상공에서 합류했다"고 말했다. 동해와 남해, 그리고 대마도 주변까지 한 축으로 묶인 연합 비행 경로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중 러 군용기들은 약 1시간 동안 한국방공식별구역에 머물렀으며, 합참은 이 기간 우리 공군 전투기가 상시 감시와 차단 태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1년에 1∼2회 정도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연합 훈련을 한다"고 언급해, 이러한 진입 움직임이 정례적 패턴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29일에도 양국 군용기가 연합 훈련 과정에서 KADIZ에 진입한 바 있다. 당시에도 우리 군은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켜 대응했다. 국방 당국은 반복되는 패턴을 토대로 중 러가 동북아 역내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한미일 안보협력 구도에 대한 견제 성격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KADIZ는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고 대응하기 위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이다. 주권이 미치는 영공과는 개념이 다르며, 국제법상 명문화된 제도는 아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각국은 상대국 방공식별구역에 군용 항공기를 진입시킬 때 비행계획을 사전에 통보하고, 위치 정보를 전달하는 관행을 유지해 왔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한국이 설정한 KADIZ에 대해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며 통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 군용기가 진입한 이어도 인근 상공 KADIZ 역시 한국과 중국이 각각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는 공역이다. 두 나라가 모두 관할권을 주장할 소지가 있어, 각 군의 비행 활동 때마다 마찰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중 러 군용기의 KADIZ 진입이 반복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울릉도와 독도, 이어도 등 영토 및 해양 관할권과 직결된 인근 상공에서 활동이 이뤄지는 만큼, 군 내부에서는 경계 태세 강화와 함께 한미일 공조하의 정보 공유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군 당국은 향후 중 러 군용기의 KADIZ 진입 움직임에 대해 조기 탐지 체계를 유지하면서, 공군 전투기 출격과 전술조치를 병행해 안보 공백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연합훈련 시기와 경로를 정밀 분석해 동북아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