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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 아이폰 2399달러설…애플, 초고가 전략으로 프리미엄 재편 노린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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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이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표준 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애플이 첫 폴더블 아이폰을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로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내년 하반기 출시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 제품은 기존 아이폰 최상위 모델 가격의 두 배 수준에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애플이 폴더블을 단순한 폼팩터 변화가 아닌 초프리미엄 신규 카테고리로 포지셔닝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가 폴더블 주도권 경쟁의 새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5일 정보기술 전문매체 맥루머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하반기 첫 폴더블 아이폰을 공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폴더블폰 출하량이 연간 수천만대 규모로 확대되며 시장이 초기 실험기를 넘어 주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이 더 이상 진입 시점을 늦추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폴더블폰 선도 사업자인 삼성전자의 드루 블랙커드 부사장도 최근 발언에서 제품 완성도 향상을 강조했다. 그는 수년간 반복적인 개선을 통해 폴더블폰의 품질이 크게 올라가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화면 주름, 힌지 내구성, 방수 방진 등 폴더블 특유의 기술 과제가 상당 부분 개선되면서 애플도 폴더블 설계에 자신감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의 핵심 과제로 꼽혀온 화면 주름을 눈에 띄게 줄이는 크리즈 프리 설계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패널층 적층 구조와 힌지 구조를 함께 최적화해, 접었을 때와 펼쳤을 때 두께 균형을 맞추면서도 주름 깊이를 최소화한 형태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계는 구조적으로 생산 공정이 복잡해지고 수율 관리가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제조원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가격 전망은 시장의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높게 제시되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폴더블 아이폰의 시작 가격이 2000달러, 한화 약 295만원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대만 금융사 푸본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 공급망 분석과 회사가 관행적으로 유지해온 높은 영업이익률을 근거로 출고가가 2399달러, 한화 약 353만원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기 예상보다 약 400달러, 약 59만원 높은 수치다.

 

이 가격대는 경쟁 폴더블 플래그십에 비해 뚜렷한 프리미엄 포지션을 형성한다. 미국 시장 기준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7 시작 가격은 1999달러, 약 294만원이며 구글 픽셀 10 프로 폴드는 1799달러, 약 265만원 선이다. 여기에 주요 제조사들이 공식 온라인 스토어와 이동통신사를 통해 상시 혹은 정기 할인 프로모션을 펼치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체감 가격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애플은 통상 출시 초기에 할인에 소극적이어서 실구매가를 오랜 기간 유지해온다는 점도 가격 프리미엄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애플 내부 라인업과 비교하면 폴더블 아이폰의 초고가 전략은 더 두드러진다. 현재 가장 비싼 모델인 아이폰17 프로 맥스의 미국 기준 시작 가격은 1199달러, 약 177만원이다. 푸본 리서치가 제시한 폴더블 모델의 2399달러는 프로 맥스 가격의 정확히 두 배에 달한다. 같은 운영체제와 애플 생태계를 공유하면서도 하드웨어 폼팩터와 디스플레이 경험 차이만으로 이 정도의 가격 갭을 두는 전략이 통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높은 가격의 배경으로는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힌지 모듈, 방수 설계 등 핵심 부품 단가 상승과 더불어,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공급망 전반에서 나타나는 부품가 인상 흐름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애플이 주름 최소화와 내구성 강화를 위해 고정밀 힌지 구조와 다층 보호 소재를 적용하면, 공정 단계가 늘어나고 초기 수율 관리 비용이 급등할 수 있다. 여기에 애플 특유의 두꺼운 마진 구조가 더해지면서 최종 소비자 가격이 크게 뛰는 구조로 보인다.

 

라인업 전략 측면에서는 새로운 명명 체계 도입 가능성이 부각된다. 폴더블 아이폰이 기존 아이폰 폴드와 같은 직관적 이름 대신, 최상위급을 상징하는 울트라 브랜드를 채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애플은 이미 애플워치 울트라를 통해 내구성과 배터리, 센서 집약도를 높인 하이엔드 모델을 별도 브랜드로 분리해 판매하고 있다. 폴더블 아이폰에 울트라 이름을 부여하면 가격과 하드웨어 폼팩터, 타깃 고객층을 기존 프로 맥스와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된다.

 

폴더블 시장 전체를 보면 애플의 초고가 진입은 산업 구도에 양면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폴더블을 얼리어답터와 전문 사용자 중심의 초프리미엄 카테고리로 재규정하면서 수익성 중심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중국 제조사들은 중고가 라인업 확대와 보급형 폴더블 개발을 통해 출하량과 점유율을 키우려 하고 있어, 가격대별 이원화가 뚜렷해질 가능성도 있다.

 

규제나 정책 측면에서 폴더블 자체가 별도의 인허가 대상은 아니지만, 고가 기기 확산에 따른 보험 연계형 보상 프로그램, 중고 기기 유통, 전자폐기물 처리 등 부수적인 제도 이슈가 부각될 소지는 있다. 고가 기기의 수명이 짧아질 경우 폐배터리와 대형 디스플레이 폐기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순환경제 관점에서 제조사에 높은 수준의 재활용·리퍼비시 의무를 부과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을 단기간 대량 판매용 모델로 설계했다기보다는, 기술 과시와 브랜드 파워 강화를 위한 전략적 상징 제품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모바일 산업 분석가는 폴더블 아이폰이 계획대로 2399달러 수준에서 나오면 출하량 자체는 제한적이겠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 상단을 다시 끌어올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소비자들이 기존 프로 맥스의 두 배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지 여부가 향후 폴더블 시장의 가격 구조를 좌우할 변수라고 덧붙였다.

 

애플이 최고 사양과 프리미엄 마진을 결합한 폴더블 아이폰을 내년 선보일 준비를 서두르는 가운데, 글로벌 스마트폰 산업은 기술 경쟁과 가격 전략 재편이 맞물린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산업계는 폴더블이라는 폼팩터 혁신이 실제 시장 수요와 맞물려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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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아이폰울트라#폴더블아이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