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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유방암 재발 위험 예측”…딥바이오, 87% 정확도 확인하며 임상 혁신 주목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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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리 슬라이드만으로 유방암 재발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의료현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딥바이오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AI 기반 디지털 병리 모델은 유전자 검사 없이도 헤마톡실린 에오신(H&E) 염색 슬라이드를 활용해 재발 위험까지 높은 정확도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고비용·긴 대기시간이 걸리던 기존 유전자 발현검사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정밀의료 분야 경쟁력 제고의 분기점으로 해석한다.

 

딥바이오와 김정열 교수 연구팀이 2025년 10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피틱 리포트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딥러닝 기반의 AI 모델이 초기 유방암 환자 125명의 병리 슬라이드를 분석해 재발 위험군을 저·중·고로 분류한 결과, 실제 유전자 발현검사(Oncotype DX)와 87.75%의 일치율을 보였다. 특히 고위험군 예측에서 91.2%의 정확도를 기록했고, 조직학적 등급과 0.61의 높은 상관계수를 나타냈다.

AI 모델은 표준 진단에 사용되는 H&E 염색 슬라이드 이미지를 입력받아 형태학적 패턴을 자동으로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별 환자의 재발 위험을 예측한다. 기존에는 유방암 환자가 재발 위험 평가를 위해 수백만 원 상당의 유전자 분석을 추가로 받아야 했으나,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 병리 데이터만으로 신속하고 경제적인 예측이 가능해졌다. 특히 이번 기술은 조직 슬라이드의 디지털 이미지 기반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의료 환경에서도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성과는 의료기관과 바이오 전문기업의 융합 연구를 통해 기존 정밀의료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데 의미가 크다. 환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추가검사 부담이 줄며, 의료진은 더 넓은 환자군에서 빠르게 예후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미국, 영국 등에서는 디지털 병리를 활용한 AI 진단기술이 암, 희귀질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추세다.

 

다만, AI기반 예측이 임상 표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모델의 신뢰성과 일반화를 입증하는 다기관 검증이 필수적이다. 국내외 규제 당국 역시 임상적 유효성 입증, 데이터 품질 관리,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 등 까다로운 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김정열 교수는 “AI가 병리 슬라이드만으로 유전자 검사 수준의 예측력을 보인 것은 정밀의료 접근성 혁신”이라며 “실제 임상 현장에 도입될 경우 치료 결정의 기준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딥바이오 측도 “다기관 장기 임상을 통해 모델 신뢰도를 높이고, 다양한 암종과 예후 예측 영역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AI 기반 병리 기술이 국내외 시장에서 실제 임상적 효용성을 입증해갈지 주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기술 발전과 정책, 임상 인증 간 균형이 정밀의료 혁신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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