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병사 식사 제공하겠다”…주한미군, 전 세계 첫 조리 로봇 식당 시범 가동

병력 운영 효율과 전투준비 태세를 둘러싼 과제가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주한미군이 조리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식당을 선보이며 군 급식 체계 개편에 나섰다. 장병 식사 제공을 군수 지원의 핵심 요소로 본 미군이 기술 도입을 통해 어떤 변화를 시도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한미군 제19지원사령부는 28일 대구광역시 남구 캠프 워커 사병 식당 마켓 19에서 자동화 식당 시범사업 시연회를 열었다. 부대 측은 전 세계 미군 가운데 최초로 도입한 조리 로봇 기반 자동화 식당이라고 설명했다.  

시연회에서는 병사들이 식당 내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메뉴를 선택하면, 조리 로봇이 입력된 조리 절차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방식이 공개됐다. 통상 비빔밥, 김치볶음밥, 부대찌개 등이 제공되지만, 이날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칠면조 요리 등 특식을 중심으로 운용됐다.  

조리 로봇은 주한미군 조리팀이 사전에 입력한 레시피를 반복 수행하며 동일한 과정을 통해 음식을 완성했다. 주문 후 제공까지 소요 시간은 5분 이내로 제시됐다. 다만 식재료 손질과 재료 준비, 식품 안전 점검, 메뉴 관리 등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조리병과 관련 인원이 담당했다.  

주한미군 제19지원사령부는 자동화 식당 도입 취지에 대해 군 식당 운영의 일관성과 효율성, 품질 관리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특히 병력 규모와 근무 여건 변화에도 일정한 수준의 급식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태평양 다영역훈련 및 실험역량 프로그램, 이른바 PMTEC에 따라 공식 승인됐다. PMTEC는 미국 육군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력 유지와 준비 태세 강화를 목표로 신기술을 시험·평가하는 프로그램으로, 군수 지원 분야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부대는 자동화 시스템이 조리병 인력을 완전히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리버 미첼 주임 원사는 "자동화 식당 시범 운영의 목표는 조리병들이 전투준비 훈련과 식사 품질 향상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동화는 조리병들의 역할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라며 "식사 운영에 로봇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주둔지부터 야전 환경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대비 태세를 유지하며 조리병들의 전문성을 보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범사업은 이달부터 6개월간 운영된다. 이후 성과와 효율성, 병사 만족도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정식 도입 및 다른 기지 확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정치권과 국방 당국은 미군의 사례를 참고해 국내 군 급식과 병력 운용 체계에도 첨단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