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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중입자치료도 보장"…우체국, 맞춤형 보험 출시로 의료비 부담 완화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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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뇌질환, 심장질환 치료 방식이 정밀 방사선, 표적항암 등 첨단 의료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환자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국영 우체국보험이 보장 구조를 강화한 신상품을 내놓으며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안정적인 노후 소득 보강과 고가 비급여 치료 보장을 결합한 신규 우체국보험 2종을 25일부터 판매한다고 24일 밝혔다. 업계에서는 고령화와 첨단치료 확산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공공 보험사가 제시한 이번 상품 구조가 민간 보험사의 보장 설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도로 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출시하는 상품은 무배당 우체국보너스팡팡연금보험과 무배당 우체국암뇌심주요치료비보험 두 가지다. 팡팡연금보험은 우체국보험 공통 기본 적립액에 신공시이율Ⅳ를 적용하는 기존 구조에 더해 운용보너스와 유지보너스 두 가지 추가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운용보너스는 가입 후 3년마다 우체국보험적립금을 운용해 발생한 운용자산이익률에 따라 일정 비율을 적립금에 다시 더해주는 방식이다. 고객의 적립금을 운용해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고객에게 재분배해, 장기 유지 시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는 개념이다.

유지보너스는 연금개시일까지 계약을 유지할 경우 적립금에 11퍼센트를 추가 반영하는 구조다. 다만 연금강화형으로 가입했을 때 제공되는 옵션으로, 노후 연금액을 높이는 대신 중도해지 유인을 줄여 연금 본연의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국영 보험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운용 수익 공유와 유지 인센티브를 결합함으로써, 고령화 시대 안정적인 노후 재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상품 설계를 지향했다고 밝혔다.

 

암뇌심주요치료비보험은 암, 뇌질환, 심장질환 등 이른바 3대 질환의 장기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비를 폭넓게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암 치료의 경우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재발 관리 등 치료 단계가 길고 복잡하며, 재발이나 전이 시 추가 비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최근에는 암중입자방사선치료, 표적항암요법, 면역항암치료 등 첨단 치료 기술이 도입되고 있지만, 상당수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에 속해 수천만원대 비용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주요치료비 보험은 진단, 수술, 입원 등 치료 전 과정을 포괄하되 비급여와 급여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약관에서 정한 주요 치료에 해당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최초 진단 이후 10년 동안 여러 차례 치료를 받더라도 연 1회 한도 내에서 반복적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설계해 재발과 전이에 대비한 장기 보장성을 강화했다. 이는 암이 만성질환화되면서 한 번의 치료로 종료되지 않고, 재치료와 유지요법이 표준 치료 패턴으로 자리 잡는 의료 환경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 특약이다. 중입자치료는 탄소 등 무거운 입자를 고에너지 상태로 가속해 암 조직에 집중 조사하는 첨단 방사선치료 기술로, 종양 부위에 에너지를 선택적으로 전달해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이면서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국내에서는 관련 시설과 장비 구축 비용이 막대하고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환자 부담금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사례가 많다.

 

우정사업본부는 중입자치료 특약을 선택할 경우 최대 3000만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를 도입해, 고액 비급여 치료에 대한 경제적 장벽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보험금을 통해 초기 목돈 부담을 흡수할 수 있게 되면,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효과를 우선 고려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 첨단 방사선치료와 표적 항암제 등 고가 치료 옵션이 빠르게 늘어나는 글로벌 암 치료 트렌드를 감안하면, 보험을 통한 재정적 방어막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이 의료비 보장의 양축을 이루고 있지만, 비급여 비중이 높은 첨단 암 치료 분야에서는 보장 공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주요 치료비 보험과 같은 특화 상품은 진단 일시금 중심의 전통적인 암보험 구조를 넘어, 치료 기간 전체를 대상으로 한 반복 지급 구조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차별화 요소로 거론된다. 특히 재발과 전이에 대응하는 장기 보장 설계는, 암을 생존 기간이 긴 만성질환으로 관리하는 최신 치료 패러다임과 방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고령화로 노후 소득과 의료비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연금 기능과 고액 치료 보장을 분리해 각각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을 강조했다. 팡팡연금보험으로 기본적인 노후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암뇌심주요치료비보험으로 고가 치료 리스크를 방어하는 이중 구조를 통해 가계의 생애주기 재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국영 보험사의 이 같은 행보가 첨단치료 보장 경쟁을 촉발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중입자치료나 표적치료에 대한 보장 범위와 한도, 반복 지급 구조 등에서 민간 보험사들의 상품 개편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고가 비급여 치료 보장은 재보험, 손해율 관리, 위험도 기반 보험료 책정 등과 직결되는 만큼, 실제 시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확장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상품 약관과 보장 내용은 우체국보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전국 우체국 창구와 우체국 금융컨설턴트를 통해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병진 우정사업본부 직무대행은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보장 중심의 보험 서비스를 내세우며, 앞으로도 고객 관점에서 상품 구조를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연금과 첨단치료 보장을 결합한 이번 시도가 실제 수요와 손해율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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