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들 식견 한계"…오세훈, 한강버스 공방 속 정원오만은 차별화 평가
정책 공방과 공천 룰을 둘러싼 갈등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과 야권, 그리고 여권 내부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주자들을 직격하면서도 정원오 성동구청장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차별화를 언급해 향후 선거 구도의 파장을 예고했다.
오세훈 시장은 7일 아시아 출장지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출장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내년 6·3 지방선거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의 행보를 겨냥했다. 그는 한강버스를 매개로 민주당 후보들의 비판 방식을 문제 삼으며 정책 이해 수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세훈 시장은 한강버스를 둘러싼 논란을 언급하며 "서울의 도시경쟁력과 삶의 질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대해선 전혀 이해 못 하고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시행착오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비판 일변도인 민주당 후보들의 식견을 보면 한계가 있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강버스 초기 운영상의 혼선에만 매달리는 비판은 정책 본질을 보지 못한 처사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그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에 대해선 다른 평가를 내놨다. 오 시장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민주당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경우 조금 다른 견해를 드러낸 것"이라고 운을 뗀 뒤 "한강버스는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성공할 사업으로 보이고, 초기에 지나치게 시행착오에 초점을 맞춘 비판을 하기보다는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식의 언급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도 그분은 제가 일찌감치 일하는 능력을 높이 평가했던 것처럼 지금 제가 지적한 이런 식견의 측면에서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입장을 보인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경쟁 야당 인사를 향해 업무 능력과 정책 이해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대목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오세훈 시장은 자신이 추진해 온 강남북 균형발전 기조를 재차 강조하며 민주당 일부 후보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제가 강남북 균형 발전에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여러 정책을 시행해 왔던 것을 시민들은 다 알고 있는데, 일부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분들이 그동안 서울시 행정에 거의 무지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치에 닿지 않고 생뚱맞은 코멘트를 내놓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은 이미 판단이 섰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시정 방향과 관련해서는 강남북 균형발전을 계속 핵심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상습 정체 구간인 내부순환로에 대해 약 3조원을 투입해 왕복 6차선 지하화 프로젝트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했다. 교통 인프라 개선을 통해 도심 간 균형발전과 도시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차기 서울시장이 갖춰야 할 자질로는 도시경쟁력 강화 전략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오 시장은 "현재 각 나라의 수도들은 정말 치열한 도시경쟁력 경쟁 상태에 돌입해 있다"며 "이런 무한경쟁의 시대에 내년 선거에 임하는 여야의 후보들이 그런 비전 경쟁을 할 수 있느냐, 이게 서울시민들은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뉴욕, 런던, 파리 등의 도시를 넘볼 수 있는 경쟁력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만드는 데 그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한 성과가 이제 수치로, 순위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서울시민들에 의해 공정한 평가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시경쟁력 지표 향상을 자신의 시정 성과로 제시한 셈이다.
여권 내부 쟁점으로 떠오른 지방선거 경선 룰에 대해서도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경선에서 당원 투표 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오세훈 시장은 "민심보다 당심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당원 중심 구조 강화가 외연 확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발언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을 맡은 나경원 의원이 스스로 출마할 경우에 한해 기존 50 대 50 룰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점을 거론하며 "제가 불리하더라도 7 대 3으로 해도 좋으니 전국을 생각해 5 대 5로 해달라는 제안을 거꾸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농담처럼 해봤다"고 말했다. 경선 룰을 특정 인물 유불리 차원이 아니라 전국 선거 전략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다만 그는 "당심 70%, 민심 30%가 잘못된 길, 지방선거 필패의 길이란 식의 칼럼이나 논평을 자주 해주고 계시니 플레이어로서 제가 그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직접적인 당내 논쟁의 당사자가 되기보다는 외부 평가에 맡기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기본적인 우려는 분명히 했다.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특검에 의해 기소된 사안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른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연루된 혐의와 관련해,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공정한 재판을 이유로 재판 중단을 요청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이 제기됐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아직 공소장을 전달받지 못해 그런 부분까지 답변을 드리긴 어렵다"고 답했다. 구체적 법적 대응 전략은 공소장 내용을 확인한 뒤에야 밝힐 수 있다며 선을 그은 셈이다.
쿠알라룸푸르 간담회에서 드러난 발언들을 종합하면, 오세훈 시장은 한강버스와 강남북 균형발전, 도시경쟁력 강화 등 자신의 핵심 정책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야당 후보들의 정책 역량을 겨냥하는 한편, 여권 내부 경선 룰과 본인의 재판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거리 두기를 유지하는 전략을 택한 모습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정과 여의도 정치는 한층 치열한 공방과 검증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