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본 화장품 규제설에 급등…한국화장품, 외국인 매수에 단기 랠리 확대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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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일본산 화장품 규제 가능성이 최근 부각되면서 한국화장품을 비롯한 K-뷰티 관련 종목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일 갈등과 일본산 화장품 수입 제한 이슈가 수혜 기대를 자극하는 가운데, 외국인 매수세가 관여하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밸류에이션 부담과 지배구조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해 중장기 투자 매력에 대해서는 시장의 시각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1월 21일 장중 기준 한국화장품 주가는 11,270원으로 전일 대비 6.12 상승 중이다. 전일에 이어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근 낙폭을 빠르게 회복하는 기술적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10월 22일부터 11월 21일까지 한 달 동안 주가는 약 12 상승했으며, 이 기간 저가는 9,600원, 고가는 13,080원으로 30 이상 넓은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6개월 전인 5월 말 종가가 6,770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중기적으로는 약 60 이상 오르며 뚜렷한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화장품[12369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한국화장품[12369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기술적 지표도 우호적이다. 장중 기준 최근 5일 이동평균선은 약 1만350원, 20일선은 약 1만610원, 60일선은 약 1만270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현재 주가는 이들 이평선을 모두 상회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1만 원 부근이 여러 차례 지지와 저항을 반복한 가격대였다는 점에서 1만 원대 초반이 단기 지지선, 직전 고가인 1만3,000원 부근이 저항 구간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최근 급등 과정에서 일별 변동폭이 커지면서 단기 시세 분출 이후 조정 폭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온다.

 

거래량 흐름은 테마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형주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 한 달 일평균 거래량은 약 102만주로 6개월 평균치인 75만주를 웃돈다. 특히 11월 19~20일에는 130만~230만주 수준의 대량 거래가 수반되며 급등세가 나타났고, 21일 오전 기준 거래량도 약 52만주로 평시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시장에서는 단기 모멘텀을 노린 단기 매매세와 테마성 자금이 집중적으로 유입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주가를 자극한 직접적인 촉발 요인은 중국의 일본산 화장품 수입 제한 가능성 이슈다.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본산 화장품 수입 규제 검토설이 부각되면서 중국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일본이 2위, 한국이 3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재조명됐다. 일본산 비중이 20를 웃도는 상황에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과 브랜드 포지션이 유사한 한국 제품이 단기 대체재로 부각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국콜마, 토니모리 등 대형·중형 화장품주와 함께 한국화장품이 반사 수혜 기대주로 묶이며 동반 강세를 연출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매수 전환이 눈에 띈다. 제공된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13일부터 20일까지 외국인은 누적으로 약 19만2,000주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약 1,000주 내외의 소규모 순매수에 그치는 등 방향성을 주도하지 못한 반면, 외국인 수급이 주가를 이끄는 주된 축으로 작용한 셈이다. 특히 11월 17일 이후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하루 수만주에서 13만주 이상으로 확대된 구간에서 주가 역시 동반 상승하는 패턴이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최근 단기 랠리가 외국인 매수 강화 구간과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향후 외국인 수급의 방향 전환 여부가 단기 주가 변동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동일 업종 내에서 한국화장품은 전형적인 소형 K-뷰티주로 분류된다. 시가총액은 약 1,810억 원으로 에이피알(약 8조7,774억 원), 아모레퍼시픽(약 7조8,555억 원), LG생활건강(약 4조4,836억 원), 아모레퍼시픽홀딩스(약 2조4,592억 원) 등 대형사에 비해 현저히 작다.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799위로 지수 영향을 크게 받기보다는 테마와 개별 이슈에 따라 등락폭이 크게 나타나는 종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국인 보유 비율도 2.32 수준에 그쳐 20~27대를 기록 중인 대형사들과 대비된다. 다만 최근 등락률만 놓고 보면 한국화장품이 6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동종 대형사들의 보합·약세 흐름을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어, 소형주 특유의 높은 탄력성이 부각되는 구간이라는 분석이다.

 

재무와 밸류에이션을 보면 수익성 회복과 밸류 부담이 공존한다. 연간 매출액은 2022년 660억 원, 2023년 787억 원, 2024년 928억 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0억 원에서 31억 원, 37억 원으로 흑자 전환과 개선 흐름을 보였고, 당기순이익은 4억 원에서 35억 원, 48억 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023년 3.9, 2024년 4 수준으로 아직 높지는 않지만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ROE도 개선세가 두드러진다. 2022년 2.68에 그쳤던 ROE는 2023년 14.57, 2024년 16.44로 두 자릿수에 안착했다. 반면 밸류에이션은 최근 주가 상승으로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최근 기준 PER는 약 39배, PBR은 약 5.8배로 화장품 업종 평균 PER 약 38배와 비교해 상단 구간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배당수익률 정보가 제한적인 만큼 배당 매력보다는 성장성과 테마 모멘텀에 초점을 맞춘 성장주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부채비율은 2022년 95.9에서 2025년 3분기 68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낮아졌고, 당좌비율과 유보율도 꾸준히 개선되는 흐름이어서 재무건전성 측면은 우호적인 편이다.

 

분기 실적 흐름을 보면 2024년 4분기 매출 237억 원에서 2025년 1분기 246억 원으로 증가한 뒤 2분기 205억 원으로 둔화됐다가 3분기 213억 원으로 반등했다. 영업이익은 2025년 1분기 17억 원에서 2분기 -2억 원으로 일시적인 적자를 기록했지만 3분기 6억 원으로 회복했다.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2.93, 순이익률은 4.16 수준이다. 상반기 일회성 비용과 마케팅 비용 부담 이후 수익성이 회복되는 중간 단계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는 점을 들어 구조적인 이익 체력 개선이 완전히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병존한다.

 

중기적인 주가 버팀목은 K-뷰티 글로벌 수출 모멘텀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 화장품의 대미 수출액이 프랑스를 제치고 1위에 오르며 미국이 K-뷰티 최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향 비중은 과거 대비 낮아진 반면 미국, 유럽, 중동, 동남아 등 비중국 채널이 성장 축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K-팝과 K-드라마, 웹툰 등 K-콘텐츠 확산이 한국 뷰티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면서 화장품은 의약품, 생활용품과 함께 수출 주력 품목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일부 중장기 리포트에서는 2026년까지 한국 화장품 수출이 연간 10대 중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중동과 동남아 시장 확대는 한국화장품 같은 중소형 브랜드에도 잠재적 기회 요인으로 거론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UAE와 협력해 한국 의료제품과 화장품의 중동 수출 활성화에 나서고 있고, 최근 3년간 한국 화장품의 UAE 수출이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이 강조된다. 필리핀 등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의 기능성 화장품 제도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규제와 표준 측면에서 K-뷰티의 제도 경쟁력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과 인플루언서 콘텐츠를 통한 글로벌 노출이 확대되면서 인디 뷰티, 클린·비건 콘셉트 기업들의 상장 추진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대형사처럼 직접적 글로벌 직판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이 같은 산업 구조 변화의 수혜 범주에 포함되는 중소형 K-뷰티주로 분류된다.

 

다만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중국 광군제에서 확인된 것처럼 중국 로컬 화장품 브랜드의 기술력과 색조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고, 이른바 궈차오로 불리는 애국소비 트렌드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뿐 아니라 개성 있는 색상과 패키지,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며 자국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한국 화장품의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시장에서는 일본산 수입 규제가 현실화되더라도 한국 제품이 과거처럼 중국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중·일 갈등 이슈가 단기적인 반사 수혜는 제공하더라도 구조적인 성장 동력은 미국, 중동, 동남아 등 비중국권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배구조 이슈도 중장기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화장품 그룹은 사돈 관계인 창업주들이 공동 설립해 한 지붕 두 가족 구조로 성장해 왔고, 현재는 3세 경영체제 전환을 앞두고 있다. 복잡한 지분 구조와 비공개적인 이사회 운영, 뚜렷하지 않은 승계 로드맵이 맞물리면서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과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간헐적으로 제기돼 왔다. 테마 장세가 강할 때는 주가에 본격 반영되지 않다가도, 업황이 둔화될 경우 지배구조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테마 관점에서 한국화장품은 K-뷰티, 중국 소비, 중국 관광, 한한령, 한일 갈등 관련주로 엮여 있다. 여기에 미국·중동 수출 확대, 남성 화장품과 기능성 화장품 성장, K-콘텐츠와 뷰티 예능 노출 확대 등 다양한 이슈와 교차하며 섹터 전체에 모멘텀이 붙을 때마다 높은 탄력성을 보여 왔다. 최근 한 달간에는 일본산 화장품 수입 제한 가능성과 중국인의 일본 여행 자제에 따른 한국 방문 증가 기대가 가장 강력한 재료로 작용했다. 향후에는 중동·미국향 수출 지표, 새로운 기능성·클린뷰티 트렌드,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이 테마 강도 전환의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일 업종 비교에서 한국화장품의 강점은 최근 실적 반등과 ROE 개선, 그리고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이다. 제공된 비교 데이터 기준으로 매출액 213억 원, 영업이익 6억 원, 당기순이익 9억 원, ROE 14.68 수준은 절대 규모는 작지만 성장률 측면에서 돋보이는 편이다. 반면 낮은 외국인 지분율 2.32와 높은 PER 39배, PBR 5.78배는 부담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이 종목의 주가가 기관과 외국인의 장기 자금보다는 개인과 단기 자금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결국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테마 이슈뿐 아니라 실적과 수출 지표에서 가시적인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망과 투자 전략 측면에서 단기 1개월 시계에서는 가격과 수급 레벨을 구분한 시나리오 접근이 제시된다. 최근 한 달 동안 지지와 저항이 반복된 1만 원 안팎 가격대가 핵심 매물대로, 이 구간을 지지하면 단기 조정 이후 재반등 여지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1만 원선이 하향 이탈할 경우 9,600원대 최근 저점을 다시 확인하는 조정 국면 가능성도 거론된다. 상단에서는 1만2,000~1만3,000원대에서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이 구간에서는 섹터 뉴스 강도와 외국인 수급 방향을 동시에 확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중기 6개월 관점에서는 K-뷰티 수출 모멘텀과 중국·중동·미국 채널별 성장 지표, 지배구조 관련 이슈 전개 상황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중국 로컬 브랜드의 공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 원가 부담이 겹칠 경우 영업이익률이 다시 압박을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현재 밸류에이션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반대로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대미·중동 수출이 확대되고 기능성·클린뷰티 라인업이 안착하면서 매출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ROE 상승과 함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유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시장에서는 1만 원대 초·중반 구간을 중장기 분할 매수 관점의 관심 가격대로, 1만3,000원 안팎을 단기 모멘텀·차익 실현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한국화장품이 구조적 성장주라기보다는 이슈 모멘텀을 타는 테마성 소비주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일 갈등과 중국인 방한, 한한령이나 한일 관계 변화 등 외부 변수에 따라 단기간에 두 자릿수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레버리지나 단기 차입을 동반한 공격적인 매매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특히 중국 정부 정책 방향은 예측이 어려워 일본산 화장품 수입 제한이 실제로 시행되지 않거나 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미 선반영된 기대감이 빠르게 되돌려질 소지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지배구조와 승계 구도가 향후 본격적으로 이슈화될 경우 실적과 무관하게 디스카운트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중·일 갈등과 K-뷰티 수출 지표, 외국인 수급 흐름을 중심으로 한국화장품 주가의 단기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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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장품#k뷰티#중일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