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랠리에 3대 지수 동반 상승”…미국 뉴욕증시, 금리 인하 기대 속 위험 선호 재점화
현지시각 기준 2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술주 중심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대표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5% 안팎으로 반등하면서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된 가운데, AI와 반도체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번 장세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와 연말 계절적 요인이 맞물린 흐름 속에서 전개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지시각 2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85.13포인트(0.39%) 오른 4만7,474.4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6.74포인트(0.25%) 상승한 6,829.37에,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종합지수는 137.75포인트(0.59%) 뛴 2만3,413.67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방향성을 좌우할 뚜렷한 새 재료는 부족했지만, 전날 하락했던 가상화폐 시장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위험 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한때 7% 이상 급등했다가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며 5% 안팎의 오름세를 유지했다. 전날 낙폭을 되돌리는 과정에서 위험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뉴욕증시로 매수 흐름이 확산된 것으로 해석된다. 변동성 지표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VIX 지수도 전장 대비 0.65포인트(3.77%) 하락한 16.59를 기록해 투자자 불안 심리 완화를 시사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관련주가 상승장을 주도했다. 반도체 업황을 가늠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84% 올랐다. 시가총액 1조 달러를 웃도는 대형 기술주 가운데 브로드컴은 1.19% 상승했고, 테슬라는 약보합권에 머무른 반면 나머지 대형 기술주는 대체로 오름세를 보였다.
AI 인프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아마존은 자체 개발한 최신 AI 전용 반도체 칩 ‘트레이니엄 3’를 공개했다. 아마존은 이 칩이 맞춤형 반도체 설계(ASIC) 기반 제품으로, 내년 초부터 자사 데이터센터에 신속히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새 칩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시장 내 경쟁 심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장중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하는 모습을 보였다. AI 칩과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을 둘러싼 대형 기술 기업 간 경쟁 구도가 가격 경쟁과 설비 투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계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개별 종목 가운데 인텔은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애플의 최저 사양 M시리즈 반도체를 2027년부터 인텔이 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부각되면서 주가는 8.66% 급등했다.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이 재부각된 점이 성장 모멘텀으로 평가되며 기술주 전반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업종별로는 산업, 통신서비스, 기술 업종이 상승 마감해 지수를 뒷받침했으나, 그 외 대다수 업종에서는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다. 에너지 업종은 1.28% 하락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국제 유가 변동성과 경기 둔화 우려가 에너지 기업 실적 기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개별 종목 가운데 보잉은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내년부터 현금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발언에 힘입어 10% 급등했다. 그간 품질 관리 논란과 재무 부담으로 투자자 신뢰가 약해졌던 상황에서 현금흐름 개선 기대가 부각되면서 주가 재평가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워너브로스디스커버리가 넷플릭스를 포함한 복수 인수 후보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업계 재편 기대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마벨테크놀로지는 3분기 실적이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임에도 불구하고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5% 이상 하락했다. 시장 기대치가 이미 높게 형성돼 실적 호조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좋은 실적-주가 하락’ 패턴이 반복되면서, 실적보다 향후 성장 모멘텀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더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화정책 기대도 시장 흐름에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이달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25bp) 인하될 가능성을 89.1% 수준으로 반영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긴 축의 고금리 기조를 완화하고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잠재적 연준 의장 후보라고 직접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통화정책 수장의 윤곽을 공개 거론한 셈이지만, 뉴욕 금융시장의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해싯 위원장이 유력 후보라는 관측이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돼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해싯 위원장이 향후 통화정책에서 보다 완화적인 금리 인하 기조를 주도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잠재 위험 요인으로 받아들여지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대미(對美)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연준의 정책 방향과 이달 FOMC 회의를 둘러싼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더그 비스 웰스파고인베스트먼트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시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과 이달 FOMC 회의를 둘러싼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투자자들은 현재의 경기 침체 국면을 지나 내년 하반기 성장 가속화를 예상하고 있으며, 계절적 요인 또한 12월 주식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 증시는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와 계절적 요인이 겹치며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연준 의장 인선 과정과 통화정책 신뢰도, AI 및 반도체 산업 내 경쟁 심화는 향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된다. 이번 랠리가 미국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어느 정도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통화정책과 기술 산업 구조 변화가 국제 자본 흐름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