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이모 불법의료 논란”…의사협회, 관리 부실 경고파장
비의료인의 이른바 주사이모 시술이 연예인을 중심으로 확산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와 방문 진료 서비스 영역에서의 의료법·약사법 관리 사각지대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유명인의 사례를 계기로 비면허자의 링거 투약과 향정신성 의약품 유통을 중대한 불법 의료행위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수사 결과를 지켜보며 행정조사 착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비대면 처방과 왕진을 둘러싼 규제 재정비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의사 면허가 없는 지인이 방송인 박나래씨에게서 수차례 링거 투약과 약 처방 행위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한의사협회는 8일 성명을 통해 해당 행위를 의료법 제27조를 위반한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규정했다. 특히 우울증 치료제 계열인 향정신성 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이 처방전 없이 전달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만큼, 약사법 위반과 불법 유통에 대한 전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의료행위의 법적 주체와 절차다. 의료법에 따르면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주사 시술, 링거 투약, 전문의약품 처방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급한 면허를 가진 의료인만 수행할 수 있다. 단순한 영양제 주사라 하더라도 혈관 내 주입 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해 비면허자의 시술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의협은 논란이 된 주사이모가 의료인이 아니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합법적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쟁점은 향정신성 의약품의 유통 경로다. 보도에 언급된 클로나제팜과 트라조돈 등은 전문의의 처방전과 약국 조제를 거쳐야 하는 약제다. 디지털 헬스케어 환경에서 전자의무기록, 전자처방전 시스템이 확대되면서 처방 이력과 투약 내용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고 있지만, 일탈적 사례의 경우 여전히 오프라인 유출이나 대리 처방 형태로 음성 유통이 발생할 여지가 남아 있다. 의협이 도매상 유출 여부, 의료기관의 불법 대리 처방 가능성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하라고 요구한 이유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홈케어, 출장 링거, 방문 진료 서비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와 안전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병원 방문 부담을 줄여주는 왕진과 재택 의료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관리 수요를 흡수할 핵심 서비스로 꼽히지만, 의료인 신원 검증과 처방 관리가 디지털 플랫폼과 연동되지 않을 경우 비면허자 침투와 약물 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합법적 왕진 서비스와 불법 주사 시술의 경계가 불분명해 보일 수 있어, 인증 체계와 정보 제공이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재택 의료와 원격의료 확대 과정에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돼 왔다. 미국과 유럽은 원격 진료와 방문 진료 플랫폼을 허용하면서도 의료인 라이선스 검증, 전자처방전 등록, 약물 추적 시스템을 의무화해 위·변조와 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설계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자에게 로그 데이터 보관, 처방 이력 상시 모니터링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높은 수준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방문 진료와 비대면 처방에 대한 플랫폼 책임 범위가 불명확해 규제 공백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의협은 복지부와 식약처를 향해 음성적 무면허 의료행위, 불법 대리 처방, 향정신성 의약품 유통 관리 전반에 대한 전수 조사와 감독 강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특히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를 고도화해 처방 패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탐지하고, 의료기관과 약국 단계에서 약물 재고량과 조제 내역을 실시간에 가깝게 분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불법 행위 확인 시에는 의료법과 약사법에 따라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논란의 당사자인 박나래씨 측은 의료법 위반 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법률대리인은 평소 이용하던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를 통해 왕진 형식으로 링거를 맞았으며, 프로포폴 등 중독 위험 약제가 아닌 일반 영양제 주사였다고 설명했다. 합법적 왕진과 불법 주사이모 시술이 혼재돼 보도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의료인 신원, 처방 과정, 약제 종류 등에 대해서는 수사와 행정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수사기관이 이미 고발 및 인지한 사안인 만큼 수사 경과를 먼저 확인한 뒤 필요시 행정조사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향정신성 의약품과 같은 고위험 약물을 둘러싼 불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해당 의료인뿐 아니라 위법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요청한 환자 본인도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재택 의료와 디지털 헬스 서비스 이용자에게 법적 책임 인식 제고를 요구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측면에서는 이번 논란이 합법적 원격의료, 왕진, 홈케어 서비스 활성화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합법과 불법 행위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의료인 면허 및 처방 정보를 전자적으로 연계·검증하는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 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원격진료 상시 허용 여부 논의와 연계해 방문 진료, 재택 주사, 약물 배송까지 아우르는 통합 관리 체계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의료계와 규제 당국이 무면허 의료행위와 약물 유통 관리 강화에 나설 경우, 단기적으로는 단속과 처벌이 늘어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도권 디지털 헬스 서비스의 신뢰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데이터로 투명하게 관리하는 체계가 갖춰질수록, 합법적 원격의료·왕진 모델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환자 안전과 법적 책임을 중심에 둔 서비스 설계가 요구되는 국면을 맞고 있다. 의료계와 규제당국, 플랫폼 업계가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에 따라 향후 재택 의료 시장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산업계는 향후 제도 논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