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적 의회외교로 한미협력 뒷받침"…여야 지도부, 의원외교 예산·역할 강조
한미동맹의 외교 무대가 행정부를 넘어 입법부로 확장되고 있다. 여야는 한미 간 의회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며, 의원외교 예산과 입법부의 전략적 역할을 둘러싸고 초당적 공감대를 드러냈다.
20일 열린 한미의원연맹 창립 기념 한미외교포럼에서 여야 지도부는 한미 의회 외교가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며 초당적 의회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행사에는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급 인사들이 잇따라 메시지를 내며 한미동맹에서 국회의 역할을 부각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폐회식 영상 축사에서 한미의원연맹 출범의 의미를 부여했다. 우 의장은 "한미의원연맹이 양국 의회 간 교류와 신뢰 구축에 더 큰 역할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급변하고 있는 국제질서 속 안보를 뛰어넘어 경제와 기술, 에너지, 공급망 등에서 양국 간 신뢰를 더 두텁게 하기 위해 초당적 뜻을 모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야당 측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한미동맹의 역사와 향후 방향을 언급하며 책임 있는 동맹을 약속했다. 정 대표는 "72년 전 한미동맹은 같이 갑시다라는 짧지만, 의미 있는 약속에서 출발했다"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튼튼한 동맹 위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더 책임 있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특히 의원외교 예산 확충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활발한 의원외교를 위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민주당 대표로서 한미 의원외교를 위해 필요한 예산을 증액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텐데, 국민의힘도 쉽게 합의해 주시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의회외교 관련 예산을 두고 협력할 여지를 내비친 셈이다.
여당 측에서는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이 한미동맹의 외연 확장을 강조하며 입법부의 전략적 연대를 주문했다. 신 최고위원은 "한미동맹은 피로 맺어진 군사동맹을 넘어, 경제, 우주, 첨단기술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전략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입법부 차원의 전략적 연대가 더해질 때 진정한 동맹이 완성될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신흥 정당들도 의회외교의 중요성과 국회의 역할을 두고 공통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의회는 단순한 비준 기관 아니다"라며 "정부 간 합의를 주권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구체적인 입법과 이행 과정 점검을 통해 국익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부 중심 외교에 대한 견제와 감시, 후속 입법의 필요성을 짚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한미의 주요 의제 변화에 따라 의원외교의 초점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통상 미국에 관해 얘기할 때 주요 이슈는 안보와 북핵이었는데 최근 1∼2년 사이 통상과 과학기술이 됐다"며 "우리 의원외교의 중심도 그런 방향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 중심 의제에서 공급망, 통상, 첨단기술 협력 등으로 의회외교의 무게중심을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포럼에서 여야는 한미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을 공유하면서도, 국회가 예산과 법률, 대미 외교 메시지를 통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한미의원연맹이 실질적인 교류 채널로 자리 잡을 경우, 국회 차원의 정례 협의, 공동 세미나, 상임위 간 협력 등 후속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정기국회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의원외교 관련 예산과 제도 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치권은 한미 의회외교의 방향을 두고 계속 논의를 이어가며, 동맹 관리의 새로운 축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