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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칫솔에 세균 1200만 마리”…전문가, 보관 방식 경고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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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칫솔이 수백만 마리의 미생물과 세균의 서식지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건강 관리 제품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구강 위생 도구가 오히려 세균 확산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욕실 환경과 생활 습관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따뜻하고 습한 욕실과 변기 사용으로 인한 미세 비말 확산이 결합되면서, 가정과 공용 공간에서의 칫솔 보관 방식이 위생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영국 BBC는 지금 이 순간에도 칫솔에는 100만에서 1200만 마리의 미생물과 수백 종의 박테리아, 바이러스가 서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일 칫솔에 닿는 물과 침, 피부 세포, 음식물 찌꺼기가 미생물의 영양분이자 번식 조건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칫솔 표면은 미세한 홈과 섬유 구조가 많아, 미생물이 부착하고 생육하기 쉬운 대표적인 생활용품으로 지목된다.

마크 케빈 진 독일 라인 와일 응용과학대 미생물학자는 사용자의 구강과 피부, 그리고 칫솔이 놓인 주변 환경이 주요 오염 경로라고 분석했다. 양치 과정에서 입안의 세균과 바이러스가 칫솔모에 직접 붙고, 손과 피부에서 옮겨온 미생물이 손잡이와 모 사이에 축적된다. 여기에 욕실 내 습도와 온도가 적정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생물은 짧은 시간 안에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욕실이 미생물 오염을 키우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 환기 불량, 자주 젖는 표면이 복합 작용하면서 칫솔이 항상 축축한 상태로 유지되기 쉽기 때문이다. 변기가 설치된 욕실에 칫솔을 보관하는 경우 위험도는 더 커진다. 변기 물을 내릴 때마다 발생하는 미세한 물방울에 배설물 입자가 섞여 공중으로 퍼지고, 이 과정에서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칫솔 표면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변기 수조를 내릴 때 생성되는 비말은 최대 1.5미터 높이까지 공중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 비말에는 독감 유발 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등 호흡기·장관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대학 연구에서는 공용 화장실에 보관된 학생용 칫솔의 60퍼센트에서 대변에서 발견되는 세균이 검출된 바 있다. 칫솔이 사용자의 구강과 직접 맞닿는 도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오염은 잠재적인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전문가가 변기 물로 인한 칫솔 오염이 즉각적인 질병 발생으로 이어진다고 보지는 않는다. 에리카 하트만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변기에서 나오는 세균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수준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당수 미생물은 공기 중에 노출되면 생존 시간이 짧고, 인체에 실제 감염을 일으키려면 일정량 이상의 병원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특정 바이러스의 경우 예외적인 생존력을 보인다는 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나 단순포진을 유발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등은 칫솔 표면에서 최대 48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동일 가정이나 기숙사, 병원 등에서 여러 사람이 같은 공간에 칫솔을 두고 사용하는 경우 교차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영국 보건 당국은 칫솔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거나 서로 닿도록 보관하는 행위를 특히 주의할 것을 권고했다.

 

연구진은 칫솔 위생 관리를 위해 사용 후 보관 방식이 핵심 변수라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건조 과정에서 비활성화되거나 사멸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칫솔 사용 후에는 물기를 충분히 털어낸 뒤 실온에서 세워두고 공기 중에서 자연 건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표면 수분이 빠르게 줄어들어 미생물의 생육 환경을 악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칫솔모를 캡으로 덮거나 밀폐된 용기에 넣어두는 습관은 피해야 할 보관 방식으로 지목됐다. 덮개 안쪽과 칫솔모 사이의 좁은 공간은 공기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수분이 오래 머무르고, 결과적으로 미생물 증식을 촉진하는 작은 배양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욕실 내 환기를 자주 하고, 칫솔을 가능한 변기에서 떨어진 위치에 보관하는 등의 기본 수칙도 함께 제시됐다.

 

칫솔 교체 주기도 중요한 변수다. 연구에 따르면 칫솔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수는 약 12주 사용 후 최고조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칫솔모가 마모되고 틈이 벌어져 세균과 체액, 음식물 찌꺼기가 더 깊숙이 침투해 머무르기 좋은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소 3개월마다 한 번씩 칫솔을 교체하는 것이 구강 위생과 감염 예방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권장한다.

 

공용 화장실과 다인 생활 공간이 많은 학교, 직장, 병원 등에서의 대응도 과제로 떠오른다. 칫솔 보관함을 개별 분리형으로 바꾸고, 변기와 세면대 간 거리를 확보하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공 보건 차원에서는 칫솔 위생에 대한 대국민 안내와 교육을 강화해, 생활 속 미생물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행동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구강 위생 도구의 청결도는 치주질환뿐 아니라 전신 건강과도 연관된 변수로 평가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항균 코팅 칫솔모, 자외선 살균기 내장형 칫솔 보관함, 건조 기능이 강화된 욕실 악세서리 등 관련 제품 개발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생활 습관 개선과 위생 설계, 제품 기술이 함께 맞물려야 칫솔 위생 문제가 실질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며, 소비자와 제조사, 보건 당국의 공조를 주문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런 위생 관리 권고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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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세균#욕실보관#미생물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