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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RL로 공시 혁신 나선다…보령, 금감원 우수법인 선정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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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시 인프라 전환이 제약 산업 재무 투명성의 새 기준이 되고 있다. 제약기업 보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XBRL 재무공시 우수법인으로 선정되며, 국제표준 데이터 기반 공시 체계에서 선도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재무 데이터를 기계 판독 가능한 구조화 정보로 전환하는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자본시장 커뮤니케이션 경쟁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이번 선정이 금융당국의 XBRL 의무화 정책과 맞물려 재무 정보 디지털 전환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령은 2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XBRL 재무공시 우수법인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XBRL 시스템 시범 가동 참여 여부, 회계담당자의 제도 개선 활동 참여 정도, 국제표준 데이터 기반 공시 수준 등을 종합 평가해 우수법인을 뽑는다. 국제표준 형식의 재무 데이터를 충실히 구축하고 공시 체계를 선진화한 기업을 모범 사례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보령은 지난해 사업보고서부터 국제표준 데이터 포맷을 적용한 XBRL 재무공시를 본격 도입했다. 기존의 PDF 중심 공시에서 한 단계 나아가, 항목별 재무 데이터를 태그 형태로 구조화해 제공하면서 국내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해외 기관투자가와 글로벌 애널리스트가 XBRL 데이터를 바로 분석 시스템에 연계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 제약사의 데이터 활용도가 개선되는 효과도 거둔 것으로 보인다.

 

XBRL은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보고 언어로, 복잡한 재무 정보를 전산 처리에 최적화된 형태로 표현하는 국제표준 기술이다. 재무제표 항목마다 고유 태그를 부여해 데이터베이스처럼 읽고 비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 원리다. 사람이 문서를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던 보고서와 달리, 컴퓨터가 직접 수집하고 분석하는 구조로 바꾸면서, 동일 업종 내 기업 간 재무지표 비교와 장기 추세 분석 속도가 기존 수작업 대비 수배 이상 빨라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기술 기반 공시는 기존 공시 방식의 해석 편차와 정보 비대칭 문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동일한 회계 항목이 표준 태그로 정의돼 있기 때문에, 투자자는 기업별 회계 용어 차이에 혼란을 겪지 않고 데이터를 직접 비교할 수 있다. 제약 산업처럼 연구개발비, 라이선스 수입, 기술료 등 특수 항목이 많은 분야에서는 표준화된 태그 체계가 투자 판단의 정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 XBRL은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효율성 강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금융 데이터가 정형화돼 제공되면서 핀테크, 로보어드바이저, 퀀트 투자 플랫폼 등이 공시 데이터를 자동 수집해 알고리즘 분석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의 경우 임상 진행에 따른 연구개발비 변동, 해외 기술수출에 따른 매출 구조 변화 등 복잡한 재무 패턴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어, 장기 성장성 평가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자본시장에서 이미 XBRL이 상장사 공시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상장기업에 XBRL 기반 재무 데이터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상장사 전자공시에서 XBRL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 대비 국내 기업의 데이터 개방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도 한국 상장사의 XBRL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여겨진다.

 

국내에서는 금융감독원이 2024년부터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매출 규모에 따른 순차적 XBRL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정 기준 이상 매출을 기록한 기업부터 XBRL 포맷 제출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공시 전환 과정에서 회계 시스템 개선, 인력 교육, 내부 통제 고도화 등이 필요해 기업의 초기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시 자동화와 데이터 재활용 측면에서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보령이 우수법인으로 선정되면서, 회사의 회계 실무자는 향후 국내 XBRL 재무공시 가이드라인 제정과 관련 제도 개선 작업에도 참여하게 된다. 실무 적용 과정에서 드러난 현장 과제를 제도 설계에 반영할 수 있어, 제약 산업 특성을 고려한 세부 기준 수립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비 분류 기준, 기술료 인식 시점 등 업종 특수 항목에 대한 표준화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장욱 보령 재무본부장은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는 공시 체계를 통해 주주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해 왔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재무 혁신과 투명경영을 통해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XBRL을 축으로 한 공시 디지털 전환이 실제 투자 의사결정과 기업 가치 평가 방식까지 바꿀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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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금융감독원#xbrl재무공시우수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