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R&D 실패도 용인해야 진짜 도약”…이재명 대통령, 사상 최대 예산 증액 의지 강조

배진호 기자
입력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정부의 R&D 예산 삭감 사태와 ‘입틀막’ 논란을 직접 언급하며, 미래 투자 확대와 연구의 자유를 거듭 강조했다. R&D 투자를 둘러싼 국가적 선택과 세대 간 논의가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반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 오후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과학기술 정책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R&D 예산 확대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부에서는 지난 정부의 삭감을 원상 복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많은 국가 역량을 연구개발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이 상상 못할 정도로 R&D 예산을 늘렸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실제로 2025년도 R&D 예산안을 전년 대비 19.3% 늘린 35조4천억 원 규모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집권 이래 최대폭 증액이자,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정책적 우선 순위가 반영된 조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최근 대한민국은 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했는데, 그 배경에는 국민이 배를 곯아가며 자녀 교육에 힘썼던 선배 세대의 헌신이 있다”며 “논밭을 팔아 자식 공부시키는 전통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정부수반으로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학기술인 정신’도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과학에 투자한 국가는 흥했고, 등한시한 나라는 쇠락했다. 국가건, 기업이건, 개인이건 공부하고 투자해야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연구개발에서의 ‘실패할 자유’를 적극 보장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 R&D 성공률이 90%를 넘는다니 얼마나 황당한 얘기인가”라며, 안전한 연구 과제에만 집착하는 관행을 비판했다. 그는 “어려운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내는 일에서 실패는 당연하다. 실패를 용인해야 진정한 연구와 발전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정부 시절, 한국과학기술원 졸업식에서 정부 R&D 예산 축소에 항의하다 쫓겨난 학생 사례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입틀막’을 당하고 끌려간 학생이 혹시 행사에 오셨으면 만나보고 싶었다. 얼마나 억울했겠나”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과거 꿈에 얽힌 일화도 전했다. “부모가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면 과학기술 연구자가 되고 싶었다. 미생물학, 원자핵물리학 같은 분야를 연구하고 싶었다”고 밝힌 그는 “그러나 법학을 공부해 정치권에 들어왔고, 고된 전쟁터에 들어온 셈”이라면서도 “그래도 해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R&D 예산 증액과 실패 용인 발언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여당은 “과학기술 투자 확대는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적극적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일부 야권은 “예산 증액이 실제 연구현장 변화로 이어질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재정 투입의 효율성 확보를 주문했다.

 

한편 전문가 집단은 “역대 최대 예산 편성은 과학계에는 긍정적 신호지만, 구체적 집행 과정에서 성과연동 평가와 자율성 보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과학기술 R&D 예산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향후 집행 체계와 실패 용인 시스템 설계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배진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재명대통령#과학기술#r&d예산